주간데스크-난 알아요

입력 2000-09-20 00:00:00

젊은이들을 열광케 한 서태지의 4년7개월만의 귀국 컴백쇼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음악 뿐만 아니라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독특한 헤어스타일, 10억원이 넘는 광고모델 계약 등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 여기서 서태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민심에 등돌린 우리 정치권에 그의 대표곡 '난 알아요'의 개사곡(改詞曲)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 아니 나라 꼴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느낄 정도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의약분업 파행, 고유가(高油價)로 인한 경제위기 등 겹친 악재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데도 여야는 연일 당리당략적 정쟁에만 매달려 있다.

특히 정부 여당의 모습은 더욱 한심하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싸늘한 비웃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지 알고도 모른 채 하는 건지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정말 '단순 사기극'으로 알고 있는가.

◈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치권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물론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지경이고 보면 누구든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의료문제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무능한 정부와 병원 밖으로 뛰쳐나간 의사들에게 목숨을 저당잡힌 채 신음하는 환자들의 절규가 언제까지 허공만을 갈라야 할지 기약이 없다.

유가대책을 봐도 여전히 국민은 봉이다. 마냥 호시절일 것이라며 수수방관하다 일이 터지자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기름값.전기료 인상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 고작이다. 그런 대책은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세울 수 있다. 야당도 오십보 백보다.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원내 제1당으로서 현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를 내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간게 언제부터인가. 영남권을 자기 땅으로 등기나 해놓은 것처럼 걸핏하면 영남권 장외집회다.

◈민생고 해결엔 관심없어

오로지 대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회창 총재의 행보도 눈에 거슬리기는 마찬가지다. 산삼뿌리를 갖다 바친 한 시민의 정성을 만백성의 '일편단심'으로 알고 있지나 않나 심히 걱정스럽다.

정치인들이여 언제까지 이런 노래에 귀를 막고 있을 참인가.

"난 알아요, 일개 은행 지점장이 수백억원을 멋대로 대출해 줄 수 없다는 것을.난 알아요, 조창호 대위 탈북 때의 융숭한 환영과는 달리 최근 47년만에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왜 '몰래 전역식'을 치렀는 가를.

난 알아요, 집권당 최고위원이 꽉 막힌 귀경길에서 경찰차를 앞세우고 역주행했던 권력 남용을.

◈토라진 민심 돌려야

난 알아요, 북한에서 내려보낸 칠보산 송이 향기가 국민들의 찌든 얼굴을 펴 줄 수 없다는 것을.

난 알아요, 올림픽의 피땀어린 메달이 정치인들의 노리개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난 알아요, 경의선 복원이 꽉막힌 '민생의 혈맥(血脈)'까지 뚫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정말 알아야 한다.

"'노벨상'과 '대권'은 집착과 욕심이 아닌 민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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