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표범의 완벽한 사진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돼 관련 학계와 야생동물보호단체들의 비상 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진은 해방직전인 지난 1944년 늦가을 경북 영양 일월산에서 잡힌 표범으로, 당시 청송경찰서 안덕주재소에 근무하던 김차한(金次漢·당시 30세.사망)씨가 포수들과 함께 범사냥을 한 뒤 찍은 기념 사진. 그동안 김씨의 부인 김순현(78·청송군 청송읍) 할머니가 소중히 보관해 오던 것이 최근 본지 '일월산' 취재팀에 의해 발견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진속 표범의 외형상 특징은 백호라고 느껴질 정도로 흰 바탕색에 굵직한 검은 점무늬가 무딘 붓으로 툭툭 찍은듯 듬성듬성 박혀 있어 마치 큰 붓으로 동양화를 친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표범에 대한 분명한 사진기록이 없어 환경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한국호랑이의 혈통이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 타이거)와 비슷하다는데 따라 한국표범도 러시아산 아무르표범(시베리안 레오파드)의 일종으로 추정해 왔으나 이번 사진 발굴로 누르스름한 바탕색에 검은색 고리 무늬가 촘촘한 아무르표범 과는 외형부터 확연하게 다른 것이 확인됐다.
지난 7월 환경부로부터 한국호랑이와 표범 서식 등 실체 확인을 공식 의뢰받은 임순남(44) 한국야생호랑이연구소장은 14일 안동으로 찾아 와 『그동안 표범 발자욱과 배설물을 확인하면서 실체를 추적해 왔지만 한국표범이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했다』며 『러시아 평원에 서식하는 아무르 표범과는 달리 날씬한 허리와 듬직한 다리 등 우리나라 산악 지형에 걸맞는 체형의 한국표범이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흥분했다.
그는 또『사진속 표범은 털길이가 7Cm가량으로 덥수룩하며 몸무게 60∼70kg, 어깨높이 75Cm, 체장 2.5m∼2.6m(꼬리 길이 1m 가량 포함)의 10년생 안팎의 숫표범인데,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한국산 호랑이와 표범의 씨를 말린 해수구제작전(1915∼1944)때 희생된 624마리의 한국표범중 한마리가 틀림없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 생태조사단 김창세(44) 박사와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한상훈(39) 박사 등도 『지금까지 공개된 10여장의 사진은 모두 일본과 북한, 러시아 등지에서 수집된 아무르표범 사진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직접 발견된 표범사진이 없어 한국표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맹수류에 대한 사진 자료가 거의 전무한 이유는 짐작만으로 멸종됐을 것이라고 단정, 정부와 학계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지금부터 라도 범 국민적인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을 간직해 온 김 할머니는 『표범을 잡아 와 주재소 마당에서 순사들과 포수들이 돌아가며 총을들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는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두마리중 잡히지 않은 나머지 한마리가 밤마다 마을 앞산에 찾아 와 울부짖는 통에 동네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한국호랑이의 마지막 사진 기록은 일제시대인 1921년 당시 경북 경주 대덕산 부근에서 사냥꾼 이위우씨가 엽총으로 잡은 호랑이를 찍은 사진이 유일하며, 한국표범은 지난 62년과 63년 경남 합천 가야산과 지리산에서 한마리씩 잡았다는 기록만 있을 뿐 당시 사진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안동·權東純기자 pinoky@imaeil.com 청송·金敬燉기자 kdon@imaeil.com
*사진설명:청송 김순현 할머니가 보관해 오던 한국표범 사진. 러시아산 특유의 고리모양의 무늬대신 검은 점 무늬가 무딘 붓으로 툭툭 찍은 듯한 것이 특징이다.
"10여마리 표범이 살고있는 것이 분명합니다",야생동물연합 한상훈 의장 주장
영양 일월산 한국표범 사진에 대해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한상훈(39·전 환경부 생태조사단 연구원) 박사는 15일 『여태까지 한국표범에 대한 분명하고 확실한 사진 기록이 국내에서 직접 발견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하며 처음 발견된 사진기록임을 확인했다.
이같은 원인은 정부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호랑이와 표범 등 국내 맹수류가 지레짐작만으로 멸종됐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생존 여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심지어 지난 62년 경남 합천 가야산에서 표범 한마리를 생포해 창경원에서 기르기 까지 했으나 동물원에서 조차 단 한장의 사진 기록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우리 호랑이, 표범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주민들의 표범 목격담과 배설물, 발자욱, 영역표시 흔적 등을 미뤄 현재 남한 일원에 10여마 리의 한국표범이 살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한박사는 일제시대때 호랑이 80마리, 표범 624마리가 일경과 헌병들에 의해 마구 포획됐을 때도 국내에 남아있는 사진 자료는 전무한 상태로 그동안 몇장의 사진을 일본에서 수집하기도 했으나 외형을 알아보기 힘든 사진이며 우리 한국표범의 머리와 다리, 꼬리, 바탕색, 점 무늬 등 외형상 특징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박사가 한국호랑이와 표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지난 98년, 99년 2년간 3차례 국내 월간지(연합화보, 월간 산, 사람과 산)를 통해 공개한 사진도 일본 수렵 전문지에 실린 한국사냥 관련 사진과 러시아, 북한 등지에서 수집한 아무르계 표범 사진으로 국내 사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임순남(44) 한국호랑이표범연구소장과 함께 환경부로 부터 한국호랑이와 표범 실체 확인을 공식 의뢰받아 활동중인 한박사는 『한국표범 서식밀도가 남한만 해도 10여마리에 이르는 등 현재 연해주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원에 살고 있는 아무르표범에 버금갈 정도』라고 주장하고 『국제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그 실체를 확인 할 수 있는 관련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범 국민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청송·金敬燉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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