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 또다시 폭등,한때 배럴당 37달러 돌파

입력 2000-09-19 12:25:00

공급량 부족 속에 또다시 이라크와 쿠웨이트 간의 긴장 고조라는 악재가 불거진 후 이번 주 첫날인 18일 국제 원유가격이 또다시 폭등, 뉴욕시장에서 한때 배럴당 37달러를 돌파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부텍사스 중질유(10월 인도분)는 장중 최고 37.1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장 마감 때는 지난 주말 보다 96센트 오른 36.88달러로 오름세를 마무리했다. 뉴욕 유가는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뒤인 같은해 10월10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1.15달러까지 상승했었다.

런던 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11월 인도분)도 이날 한때 34.98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지난 주말 보다 48센트 상승한 34.46달러에 폐장됐다. OPEC 기준유가의 상승폭은 더욱 커,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날 보다 무려 1달러93센트나 폭등한 32.8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주 폭등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의 '석유 도둑질'을 주장한 이후 원유 집중 산지인 걸프지역에 긴장이 높아진데 영향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이 지역은 세계 석유 공급의 3분의 1을 맡고 있어, 그 동향에 따라 국제 유가는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상황이 이같이 악화되자 릴와누 루크만 OPEC 사무총장이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으나 원유가 상승세는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는 17일 "원유가가 다음달 말까지도 계속 28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 하루 50만 배럴을 추가 증산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OPEC는 지난번 80만 배럴 증산 결정 이후 두달만인 오는 11월 다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걸프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북미까지 수송하는데 45일 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10월 이후 증산한다 해도 올 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우기 OPEC는 지난달에 이미 82만 배럴을 증산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소폭 증산이 유가 폭등세 억제에 별다른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관련 기사 (1) 걸프 분쟁 스트레이트

이라크의 쿠웨이트 위협이 걸프지역 긴장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GCC(걸프 협력회의) 회원국들이 곧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현지 신문이 사우디 외무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라크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계획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동 전문가들도 이라크와 미국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엔 경제제재에 대한 반대를 극대화 하기 위해 "10월 중으로 돌발 행동을 할 위험이 있다"고 이들은 판단했다.

미 백악관측이 내다 보는 가능성은 이라크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행동 △서방 항공기 또는 쿠웨이트에 대한 공격 △유가 폭등을 유발하기 위한 수출 중단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국회의 외교위원장은 18일 "공격 의사도 없고, 주변국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권리를 되찾기 위한 단호한 의지는 있다"고 주장했다. 또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 에서 "서방 국가들이 산유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쿠웨이트는 이라크가 자기네 소유라고 주장하는 유전에 대해 공개적인 조사를 벌이자고 18일 제안했다.

------ 관련 기사 (2) 전쟁 벌어질까?

지난달 초 이라크가 쿠웨이트 및 사우디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영혼을 팔아 넘긴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고조되기 시작한 걸프지역의 긴장은, 지난 14일에 이라크가 "쿠웨이트의 석유 도둑질"을 맹비난한 이후 악화됐다. 쿠웨이트가 이라크 영토 내의 유전에서 하루 30만 배럴씩 석유를 도둑 채굴하고 있다는 것. 이라크는 이와 함께 전투기를 쿠웨이트와 사우디 영공에 침범시키기도 했다.

◇왜 이럴까? = 이라크가 이번에 내건 구실은 10년전 쿠웨이트 했던 트집잡기와 꼭같은 것이다 . 왜 이럴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고 있으며, 석유시장의 동요와 관련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년 넘게 혹독한 유엔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로서는 제재 해제가 가장 큰 당면 과제. 따라서 미 대선에 앞서 걸프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제재 부당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국제 유가가 극히 불안한 상황을 이용, 걸프지역 긴장 부채질을 통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쟁 다시 날까? = 이라크가 또다시 쿠웨이트를 무력침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 석되고 있다. 군사적 열세가 뚜렷하기 때문.

그러나 이라크의 의도와 관계 없이, 이 지역의 긴장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난전이 가열되다 보면 이라크가 자국 내 쿠르드족을 공격하거나 서방 항공기 등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잖다는 것.

또 미국이 먼저 선제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이라크의 주변국가 위협으로 유가가 덩달아 춤출 경우 이럴 수 있다는 것.

◇10월 행동설 =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국제사회가 10월께 이라크의 주변국가에 대한 위협을 끝내 기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10월을 기다려 보라. 그러면 일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시장 교란 가능성 = 군사적 충돌까지는 가지 않는다 해도, 이라크가 일방적으로 석유수출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국제 석유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총 대신 석유를 무기로 삼는 것.

이라크는 현재 하루 300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파이프 라인을 통해 유 럽으로 들어간다. 만일 이라크가 그 수출을 중단하면 유럽국가들은 엄청난 충격과 파동을 겪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하루 300만 배럴을 대신 공급할 수 있는 산유국은 사우디 뿐이지만, 사우디는 배를 통해 수송해야 하고, 지금으로서는 50∼60척에 달하는 유조선을 동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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