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슬람 반군 소탕 돌입

입력 2000-09-18 14:25:00

필리핀 군은 지난 16일 새벽 1시(한국시간 새벽 2시)를 기해 남부 홀로 섬의 이슬람 반군 단체 근거지에 대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군은 함정으로 섬을 봉쇄한 뒤 폭격기.전투기.무장헬기.장갑차 등을 동원했다. 한 소식통은 작전 과정에서 수십명이 숨지거나 부상했다고 말했으며, 섬으로 이어지는 교통과 통신은 거의 두절됐고, 수백명의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다. 인질들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작전은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이 명령했으며, 그는 그 후 녹화 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작전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뒤 17일 현지로 가 군을 지휘했다. 아부 사이야프를 비롯한 여러 반군 단체들은 지난 4월 이후 국내외 인질들을 납치해 몸값을 받고 일부를 풀어준 뒤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병력을 늘려 또다른 인질들을 납치하는 행각을 되풀이해 왔다.

필리핀 정부는 이들과의 협상을 계속해 왔으나 지난 10일 반군들이 또다시 말레이시아인 3명을 납치하자 군사 공격을 준비했다. 이를 눈치 챈 반군들은 정부군이 공격하면 필리핀 남부지역 도시들을 공격하고, 미국인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었으며, 막상 공격이 있은 후에는 공격을 중단해 주면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질극은 4월23일 말레이시아 시파단 섬에서 21명을 납치함으로써 시작됐다. 그 후 반군들은 인질을 마닐라 남쪽 960㎞ 지점의 홀로 섬으로 이송했으며, 6월에는 300만 달러의 몸값이 지불됐다는 보도가 있은 후 말레이시아인 1명이 석방됐다.그러나 반군은 7월 초에 독일 기자, 프랑스 기자 등 4명을 추가로 납치하고, 일부 인질을 간간이 석방하는 가운데 8월엔 미국인 1명을 또 납치했으며, 지난 10일에도 납치극을 재연했다.

현재 억류돼 있는 인질은 필리핀인 16명, 말레시아인 3명, 프랑스 기자 2명, 미국인 1명 등 총 22명이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1주일 내 작전 완료를 요구했으나, 외국 관측통들은 반군이 현지 지형을 잘 알고 게릴라 전술에 능한데다 병력을 종전의 수백명에서 수천명으로 증강, 양측 전투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