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전의원 미국 생활

입력 2000-09-16 14:25:00

노태우 정권 시절 '황태자'로 불렸고 DJP정권의 산파역까지 맡았다가 4.13총선에서 낙마, 야인으로 돌아간 박철언 전의원이 지난 11일 추석을 맞아 귀국했다.

3개월 남짓한 미국 자취생활을 "3끼 밥을 스스로 해결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면서 책과 인터넷을 벗삼아 생활하고 있다"고 표현한 그는 "정신적으로는 조용하게 사색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 참으로 편안하지만 육체적으로는 고달프다"고 말했다.

낙선의 충격에서 이제 완전히 벗어난 듯 박 전의원은 "거의 모든 정치적 연을 끊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젊은이들의 천국인 이곳(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톤)에서 늙어서 공부하려니까 잘 안된다"고 고충도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구상과 관련해서는 백지상태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나라 밖에서 본 국내사정에 대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라는 구태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말한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은 맞지만 너무 조급한 것 같다"며 우리의 능력과 국민감정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외국인들도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것 같더라고 소개하고는 "일부 인사들은 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아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86세인 모친의 "이산가족도 고향을 방문하는데 왜 안 오느냐"는 재촉에 못 이겨 귀국했다는 박 전의원은 이달말 출국,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