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바닥세에서 오름세로 반전하던 지난해 4월, 중동에선 미국이 의도적으로 유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몇년간 계속된 저유가로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적자가 불어나 미국이 어느 정도 이를 보전해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당시로선 유가가 급등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유도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불과 일년여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은 산유국들에게 끊임없이 증산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유가상승 유도설은 그 자체로 잘못된 분석이었거나, 사실이라면 미국의 판단 착오였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유가 폭등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석유 소비국들은 공급 부족을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줄었던 석유 소비가 1999년을 고비로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경제의 빠른 회복, 미국·유럽의 유례없는 호황이 원인. 그러나 이럴 즈음 OPEC는 지난해 4월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수요가 급팽창 하는 시점에 맞춰 공급을 줄인 것. 이로써 유가는 급등해 걸프전 이후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OPEC는 올들어서만 세차례나 증산을 단행했지만 치솟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이란·베네수엘라 등 대부분 산유국들은 생산설비를 이미 풀 가동하고 있는 상태이다. 쿠웨이트 마저 증산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도가 생산량을 늘릴 능력이 있는 것으로 꼽힌다.
미국이 이란·이라크·리비아 등의 석유산업을 오랫동안 묶어놓은 것도 유가 폭등을 초래한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막대한 매장량을 보유한 이들 국가를 불량국가로 지목해 석유산업 투자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라크 경우 경제제재가 없었다면 지금쯤 사우디와 맞먹는 하루 800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췄을 것이나, 현재 생산량은 1980년대의 80%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란·리비아도 비슷한 상황.
원유 수송 및 겨울을 앞뒀다는 계절적 요인 등도 유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수요가 폭증하면서 3천100여 척에 달하는 전세계 유조선들은 거의 풀가동에 들어갔다.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린다 해도 유조선을 잡지 못해 제때 수송이 어렵게 됐다. 때문에 유조선 운임이 3, 4배로 올랐고, 사우디는 지난 7월 이 문제로 증산을 유보해야 했다.
여기다 불안한 상황이 투기와 심리적 상승효과까지 불러왔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유가가 춤추는 현상도 계속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OPEC는 석유 소비국들의 과도한 세금과 정제 과정의 문제, 투기, 심리적 요인 등을 유가 폭등의 진짜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원유가 상승과 직결된 것은 아니며, 세금을 내릴 경우 소비를 촉진해 원유가를 오히려 더 부추길 가능성까지 있다는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
어쨌든 여러가지 요인들이 뒤엉겨 빚어진 유가 폭등사태는 당분간 더욱 심각한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미국에 비해 석유관련 세금이 3, 4배나 높아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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