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삶과 작품세계

입력 2000-09-15 00:00:00

14일 향년 85세로 타계한 황순원(黃順元)선생은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으로 존경받아온 원로작가였다.

그는 문학세계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엄격하다할 정도로 절제되고 깔끔한 자세를 일평생동안 유지해 문단 안팎에서 두루 존경을 받았다. 평소 조용한 성품인 고인은 교수직(80년 경희대 교수직 퇴임)과 예술원 회원(1957-2000) 외에 어떤 감투도 멀리할 정도로 자기 처신에 엄격했다. 이런 그의 처신은 자연히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수필이나 칼럼, 단상 등 소설이외의 글은 일체 쓰지 않았으며 인터뷰에도 좀처럼 응하지 않았고, 세미나 강연회, 좌담회에도 거의 참석않고 오직 창작 외길에만 매달려왔다. 평소 "만약 다시 삶을 시작하더라도 문학을 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던 그였다.

그의 문학세계는 유년기의 동화적 색채로부터 출발해 점차 인간의 정신세계와 휴머니즘을 그리는 쪽으로 옮겨왔다. 1915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고인은 1931년 중학 재학중 '동광(東光)'지에 시 '나의 꿈'을 발표하며 등단한 뒤 '삼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집 '방가(放歌)' '골동품' 등을 펴냈다. 이후 단편소설집 '늪'을 계기로 소설에 전념해 '별'(1941)과 '그늘'(1942) 등 대표작을 발표했다.

시로 출발해 단편, 다시 장편소설로 그 영역을 넓혀간 그는 초기에는 인간의 정감을 서정적인 감각을 통해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무렵에 발표한 단편 '소나기'(1953)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정적인 단편작가로서의 소설세계를 구축한 그가 최초로 장편소설을 시도한 작품은 '별과 같이 살다'(50)에서다. 그 뒤 '카인의 후예'(50), '인간접목'(57), '나무들 비탈에 서다'(60)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들 장편은 전쟁의 비극적 상황속에서 젊은이들의 좌절과 방황을 그리거나 정치적 방황에 따른 인간변화를 탐구한 소설들이다.

많은 시인, 소설가 제자들을 길러내 제자복이 많은 것으로 소문난 고인에게 문학은 가업으로 이어졌다. 장남인 동규(서울대 교수)씨는 중진시인으로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의 지적대로 아름다운 순수성을 동경하고 견지했던 고인의 태도는 이상주의자의 모습 그대로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황순원 작품연보

▲1915년 3월 26일 평남 대동 출생

▲1931년 숭실중학교 재학중 '동광(東光)'지에 시 '나의 꿈' '아들아 무서워 마라' 발표

▲1936년 숭실중학교 졸업

▲1939년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1952년 단편소설 '독 짓는 늙은이' 발표

▲1953년 단편소설 '학' '소나기' 발표

▲1955년 단편소설 '카인의 후예'로 자유문학상 수상

▲1957년 경희대 교수 부임

▲1957년 예술원 회원 피선

▲1960년 장편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 발표

▲1969년 조광출판사에서 '황순원전집'(전6권) 발간

▲1970년 국민훈장 동백장 서훈

▲1973년 삼중당에서 '황순원문학전집'(전7권) 발간

▲1985년 문학과지성사에서 '황순원전집'(전12권) 간행

▲1987년 제1회 인촌상 문학부문 수상

▲1996년 은관문화훈장 서훈 거부

▲1997년 제자 문인들과 함께 작품집 '옛사랑으로 돌아오라' 출간

▲1999년 '나무들 비탈에 서다'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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