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국제미술제 내달 참가

입력 2000-09-13 14:15:00

예술과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는 현재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일 통합이후 독일 정부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유럽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거듭 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프랑스는 세계 3대 아트 페어의 하나로 꼽히는 '2000 파리국제현대미술제(피악.FIAC.10월25일~30일.뽀흐뜨 드 베르사이유) 개막을 한달 보름가량 앞두고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현역 작가들을 주로 선보이는 시카고 아트페어, 사진 부문이 포함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비해 대중적이고 축제적 성격을 지녔던 이 미술행사는 올해부터 작품성에 비중을 두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참가 화랑들에게 수준높은 작가와 작품성을 요구, 일류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선지 올해 피악은 이전보다 참여 화랑의 선정 과정부터 상당히 까다로왔다. 세계 각국의 500여개 화랑이 참가를 신청했으나 심사를 거쳐 196개 화랑이 선정됐다. 국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8개 화랑이 신청했으나 서울 가나아트 갤러리와 대구의 시공갤러리 2곳만 선정되고 나머지 6개 화랑은 참여가 좌절됐다. 가나아트 갤러리는 이응로, 이우환씨의 작품을 들고 나갈 예정이며 시공갤러리는 이강소(李康昭.57)씨와 함께 파리로 간다.

시공갤러리가 만만찮은 경쟁을 뚫고 피악의 참가화랑으로 결정된 것은 그만큼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랑과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도 함으로써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아트페어는 참여 화랑과 작가의 면면이 성패를 결정하며,이런 면에서 일류를 지향하는 피악의 선택이 시공갤러리의 지향점과 닿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시공갤러리는 개관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내에 국내 대표적인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로 뿌리를 내려왔다. 서울중심의 국내 여건에서 지역화랑이라는 핸디캡과 열악한 여건을 뛰어넘어 치열한 실험정신을 지닌 작가들을 초대, 수준높은 전시회를 고집함으로써 이미지를 다져왔다. 일본 등 아시아 미술계는 물론 유럽 미술계에서도 동양의 작은 나라에 있는 이 화랑의 역할을 눈여겨 보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10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시공갤러리를 이끌어온 이태(李泰.49) 관장의 고집과 노력이 숨어있다. 이관장은 오늘의 미술이 새로움과 실험정신으로 표현의 영역을 확대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관점에서 작가와 작품을 선택, 때로는 그 고집으로 원망(?)을 들으면서도 화랑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시공갤러리에서 전시회 갖기를 원하지만 벽에 부딪혀 한숨쉬는 작가들도 적지않다.

이태씨는 "독창성을 갖춘 작가에 늘 주목해왔다. 피악 참가는 그런 점이 평가받은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갤러리는 지난 97년부터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시작, 97.98년 피악, 98년 뉴욕아트페어 등에 대구출신 현대미술작가인 이강소,최병소,그리고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영배씨의 작품을 출품,다수의 작품 판매라는 성과와 함께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시공갤러리가 이번 프랑스행의 동반자로 선택한 작가 이강소씨는 지난 70년대 대구에서 현대미술운동을 주창한 1세대 작가로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모색, 국내는 물론 프랑스 화단에서도 주목받는 작가. 지난 해말부터 올 4월까지 프랑스 니스와 파리의 미술관에서 무채색톤에 서예의 붓질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필선의 작품들로 전시회를 가져 르 몽드,르 피가로지 등 현지 유력 언론들이 상당한 지면을 할애,큰 관심을 표명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필립 다쟝은 그를 "암시적 풍경화가"로 부르며 그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강소씨는 이번 피악에 '강에서'등 근작들을 출품한다. 이씨는 "한국 현대미술은 새로운 감각의 젊은 작가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어 기대할만 하다. 앞으로 화랑과 작가가 제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위치도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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