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세들 줄줄이 개입했나?

입력 2000-09-13 14:59:00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을 검찰은 부도덕한 은행지점장과 정권실세를 빙자한 기업인이 벌인 사기극이라고 결론을 맺었지만 오히려 의혹은 갈수록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제보를 받아 폭로한 권력실세 명의의 수표배서사건으로 이번 사건은 검찰이 발표한 '단순 사기극'이 아니라 현정권 권력실세들이 집중 개입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돌출사안이다. 검찰도 이의 심각성을 인식했음인지 권력실세 수표배서사건이 폭로되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는 이번 검찰수사가 얼마나 엉성한 것인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직후에 제기한 수표배서사건의 개요를 보면 지난 1월 한빛은행 본점감사팀이 문제의 관악지점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혜룡씨에게 대출된 일부 수표에서 현정권 실세의 이름이 배서된게 나오자 청와대의 지시로 갑자기 감사가 중단됐고 이는 불법 대출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증거라는 게 대체적 윤곽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사건은 단순한 은행불법대출사건이 아니라 현정권 실세들의 은폐된 '검은 정치자금'의 실체가 드러난 엄청난 권력형 비리로 그 성격은 확연히 달라진다. 물론 당해 민주당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이건 현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줄 폭발성이 강한 사안인 만큼 더더욱 철저히 규명되지 않으면 그 후유증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갈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의총에서 김모의원이 발언한 대로 '잔수'를 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밝히는것만이 '레임덕'을 오히려 방지하는 길인점을 현 정권은 유념해야 한다. 이것말고도 이번 사건에 권력 실세들이 개입된 흔적은 한 두곳이 아니다. 우선 박지원 장관에 대한 신용보증 이운영씨에 대한 대출보증외압 전화사건은 검찰이 이씨는 검거못해 밝힐 수 없는 것이라고 비켜 갔지만 이게 이런 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씨는 벌써 3차례에 걸쳐 일관되게 박 장관의 개입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데도 검찰이 이씨의 검거에 미온적인 것이 오히려 개입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또 이씨와 동문관계인 권노갑씨의 행적도 의문나는 구석이 많고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의 인척인 한빛은행 부행장은 은행에선 특세(特勢)로 통하는데다 그의 외압의혹 부분은 단한차례 소환으로 무혐의 결정한것 그 자체도 검찰수사의 정도(正道)를 일탈한 특혜로 비쳐지고 있다. 은행불법대출사건에 왜 이렇게 많은 실세들이 등장하는건가. 이에대한 해답은 현정권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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