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상봉자들의 차례상

입력 2000-09-13 00:00:00

"마음 한 곳이 빈 것처럼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추석은 잘 보냈는지…"

다시는 갈 수 없으라던 고향과 그곳의 혈육을 만나고 돌아온 이산가족들은 이번 추석이 더 가슴 아리고 우울했다.

평양에서 여동생(63)을 만나고온 뒤 짧은 만남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는 북에서 가져온 부모님의 사진을 추석 차례상에 모시고 처음으로 차례다운 차례를 지냈다.

김씨는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에게 부모님의 사진과 북에 있는 조카들의 사진을 보여 줄 수 있어 좋았다"며 "북의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지 못하는 아픔이 올해는 더 컸다"고 말했다.

강성덕(71.여.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씨는 "올 추석은 피란와서 처음 맞이했던 추석의 쓸쓸함, 서러움과 같은 심정으로 보냈다"며 고향에서 언니 순덕(75)씨를 만나고 돌아와 맞이한 추석의 감회를 토로했다.

강씨는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평양을 지척에 두고 남들처럼 고향에 가지 못해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답답하다"고 애통해했다.

서울에서 동생 김치효(69)씨를 만난 치려(75)씨는 "형제가 다 모였는데 치효만 빠졌다"며 "죽었다고 생각했던 동생을 만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추석을 맞아 함께 할 수 없는 허전함이 전에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부모님 산소에 성묘가서 동생의 가족사진을 보여드리며 동생 소식을 전했는데 이내 눈물 바다가 되었다"면서 "동생이 추석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며 북녘하늘을 바라보았다.

남동생 양원렬(69)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난 후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는 용생(75.여.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추석을 맞아 동생이 더욱 보고 싶었다"며 "친정 일이라 그리움과 외로움을 홀로 삼켰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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