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없는 여야...원색 비난전

입력 2000-09-09 00:00:00

여야는 8일 각각 단독국회 강행에 장외투쟁으로 맞서는 등 접점없는 '마이웨이'를 계속했다.

민주당이 자민련과 민국당 등의 협조를 얻어 본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장 동의안을 처리하는 등 단독국회를 강행하자 한나라당은 명동과 신촌 등 서울시내 4곳에서 특별당보 가두배포에 나서는 등 장외투쟁을 계속했다. 이날 한나라당의 등원을 촉구하는 당보 배포로 장외 맞대결을 벌이려던 민주당은 시민들이 짜증을 우려, 장외로 나서지 않았다.

총무접촉도 거부한 한나라당은 이날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여권 실세 의원이 배서한 거액의 자기앞수표가 발견됐다"며 폭로공세를 펴는 등 한빛은행사건을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규정하고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개입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제보수집에 나서는 등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조사위원회는 이날 "아크월드 대출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교동계 핵심 실세 의원이 배서한 거액의 자기앞 수표가 발견됐다"면서 "이 사건에는 박 장관과 권노갑 민주당최고위원 등 동교동 핵심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의 주장은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면서 "야당은 폭로정쟁에 나서지 말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이라고 보고 특검제 수용 등을 통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여야간의 대치에는 막말로 상대를 비난하는 감정싸움도 한 몫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울역 집회에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거짓말정권"이라며 비난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대통령이 유엔에서 외교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이회창 총재를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연극배우에 비유한 민주당 김옥두 총장은 "이 총재는 장외집회를 하면 할수록 대권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아댔다. 이에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무뇌(無腦)정당의 모습"이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변화가 없을 경우 추석 이후 대구와 부산 등에서의 장외집회와 이 총재의 단식투쟁과 의원직 총사퇴 등으로 단계적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권은 '국회로 돌아오라'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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