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애태웠는데…. 내가 죽은 후 혹시 북에서 형님이나 누나가 날 찾아오거던 내 무덤이라도 알려주오"
인민군 포로 수용소를 탈출, 반세기를 포항 오지에 숨어 살다 지난 1일 끝내 숨을 거둔 이주흥(75.포항시 북구 죽장면 입암리)씨.
이씨는 자신을 돌보던 최근식(38)씨에게 "화장하지 말고 꼭 묻어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죽어서라도 형제들을 꼭 만나야겠다는 염원을 간직한 채.
강원도 고성군 간성면(당시 북한 지역)이 고향인 이씨는 6.25때 인민군으로 포항 안강.형산강 전투에 참가, 포로가 됐다.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이씨는 포항의 오지인 죽장면 상옥.입암리 일대에서 머슴살이 등을 하며 50여년을 숨어 지내왔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수년전부터는 거택보호자로 생계비를 지원받아 연명했다.
피붙이 한명없는 이씨는 최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기회로 "죽기전에 북에 있는 형님과 누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생각, 형님 3명과 누님 1명의 이름을 적어 방북신청했으나 끝내 북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실망한 이씨는 지난 7월말 결국 병원에 입원, 33일간 투병생활을 하다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머슴살이때 주인집 아들이었던 최씨(학원장)가 이씨의 유언에 따라 회한의 50년 세월을 보냈던 죽장면 상옥리, 최씨의 선산에 그를 안장시켰다.그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밑에는 '6.25전쟁중 포로로 수용후 석방되어 죽장면 일대에서 주거하다 2000.9.1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포항.林省男기자 snlim@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