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권희로씨의 멍에

입력 2000-09-05 14:41:00

재일동포 무기수로 널리 알려진 권희로씨의 인생역정은 끝나지 않은 가시밭길인가. 일본인들의 냉대, 옥중에서 결혼한 아내의 배신, 살인미수 혐의로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된 멍에는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9월 '국민적인 환영'을 받으며 영구귀국한 권희로씨가 1년여만에 내연의 관계라는 여인의 남편을 살해키로 결심한 '벼랑끝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동정받지 못하는 범죄다. 피투성이 모습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권씨의 행위에 대한 반응은 그의 인생유전만큼이나 다양하다. 험한 감옥생활에 따르는 사회적응 미숙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순간의 관심 집중후에는 잊어버리는 한국사회의 속성도 탓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일게다. 옥중에서 결혼한 아내가 각계에서 받은 성금을 빼내간 인간적인 배신이 방황하게 만든 요인으로 삼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 나이에 주책이라는 질책도 있다. 40대 초반 유부녀와의 관계도 그렇고 문제를 일으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는 '그러면 그렇지…'라는 데 모아져 있다. 야쿠자를 살해한 또다른 폭력배라는 연장선상의 평가다. 권씨가 한국에서 국민적인 영웅대접을 받는 분위기를 의아해 한 일본인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평가인 '일본사회의 냉대가 부른 피해자'를 '범죄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돌출요인으로 삼는 것이다. 비아냥 섞인 보도가 씁쓰레 하다.

▲굳이 따진다면 일본은 재일동포 대우 등에 개선할 일들이 많다고 본다. 지문날인 강요라든지 공무원 채용 등에 있어서 차별은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 아닌가. 권씨의 무기징역도 '조센진, 더러운 돼지새끼'라는 야쿠자의 욕설이 도화선이었다. 개인의 불행을 일본의 합리성 논리로 삼으려는 태도가 불쾌하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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