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위대 도쿄 군사작전

입력 2000-09-04 14:14:00

사상 처음으로 7천명 이상의 일본 자위대원과 탱크·헬기·항공기·함대 등을 참가시킨 '재난 방지 훈련'이 도쿄 도심에서 극우주의자인 이시하라 도쿄 도지사 주도로 3일 실시됐다. 대외적인 명분은 방재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전투를 방불케 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전 9시 도쿄 한복판 긴자(銀座) 거리. 자위대 장갑차들이 질주하고, 헬기 편대가 상공을 선회했다. 섬뜩한 '비상 상황'이 연출됐다. 이시하라 도지사가 논란을 무릅쓰고 강행한 도쿄도 종합 방재 훈련의 서막이자 백미. 도쿄 상공은 육상 자위대 헬기 등의 소리로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일본 재난 구호 훈련 사상 최대 규모였던 이번 훈련 참가 자위대원은 7천100여명. 군 장비도 차량 1천90대, 항공기 82대, 함정 5척이나 이시하라의 파견 요청에 따라 동원됐다. 반면 경찰·소방청 전력은 차량 450대. 요원 5천400여명에 그쳤다. 자위대 중심의 훈련이었다던 것. 특히 자위대 항공기 3대는 민간 하네다(羽田) 공항에서 처음으로 착륙 훈련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모리 총리가 방위청 중앙 지휘소에서 긴급 관계 각료 회의를 개최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일본 총리가 무력 침공 등 유사 사태가 발생할 때 상황을 총지휘하는 사실상의 지하 작전 본부인 중앙 지휘소에서 지휘권을 행사한 것도 이번이 처음.

이 훈련은 실제 '재해 파견'을 가장한 자위대의 치안 출동 성격이 짙다는 논란을 진작부터 불러 일으켰었다. 종전 재난 방지 훈련 참가 자위대 인원은 육해공 모두 합쳐도 수백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더욱이 이날 훈련은 공교롭게도 조선인이 무차별 학살된 간토(關東) 대지진 발생 77년째 되던 날 직후에 실시됨으로써 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때문에 일본 기독교단 총회와 재일 대한 기독교회 총회는 "이번 훈련은 치안 출동을 상정한 군사 훈련이며, 77년전 간토 대지진 때 6천여명의 조선인들이 일본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학살된 당시 사건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비난했다. 긴자 거리에서 만난 한 회사원(27)은 "자위대 장갑차 등이 도쿄 한복판을 누비고 다니는 광경은 섬뜩한 기분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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