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경북대 이모(47)교수가 경찰에 전격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사회지도층인 현직 교수가 전례없이 성추행혐의로 구속된데다 여성단체, 학생 등의 여론몰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3일 경북대 3년생 ㅈ(23)씨는 여성단체 등과 상담을 벌인 끝에 이 교수를 대구경찰청 여자기동수사대에 고소했다. ㅈ씨는 "이 교수가 7월 3일과 7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두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했다"면서 자신에게 보낸 전자메일 3통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경찰은 이 교수와 피해자 ㅈ양을 3차례 대질조사를 벌였으나 서로의 주장이 엇갈려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단체 회원과 경북대 학생 등은 대구경찰청을 방문,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인터넷에 이 교수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경찰을 압박(?)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과연 이 교수의 혐의가 구속요건에 해당하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았다.
한 경찰간부는 "신분이 확실한 사회지도층 인사를 성폭력이 아닌 성추행혐혐의로 구속한 사례가 없지만,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민을 토로했다. 흔히 도덕성 측면에서 총선연대 대변인 장원씨 성추행사건과 비교를 하지만 장씨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구속됐다는 것.
그러나 결과는 검경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대구지법 이찬우 영장전담판사는 "반성의 기색이 없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 교수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구속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성단체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자각이 높아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자기동수사대가 수사를 맡고 여성단체가 적극 나서 처벌을 이끌어낸 점에 미뤄 '여성의 힘'을 보여준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은 경북대 등 각 대학이 성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칙을 제정하는 등 그동안 대학가에 묻혀있던 성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朴炳宣기자 lal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