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암투병 30대 가장 '죽음의 일기'

입력 2000-09-02 14:54:00

암 투병 중인 중국 상하이의 한 30대 가장이 인터넷에 '죽음의 일기'를 연재, 수많은 네티즌들을 울리고 있다. 주인공은 아내와 열살 짜리 딸을 둔 37세의 부동산 업자 뤼여우칭씨.

그는 오랜 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목 안의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됐다고 판단, 치료 받기를 중단하고 죽음을 수용키로 결정,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무대는 상하이 시가 운영하는 문화 웹사이트(www.Rongshu.com). 세상을 뜨기까지 몇 주일로 예상되는 최후의 일기를 게재하기 위해서였다.

온라인 상에 올려진 △건강 악화를 겪어 온 이야기 △암 선고 후 밀어닥친 끊임 없는 좌절과 고통 △혼절까지 했던 일 등 그가 피를 토하듯 쏟아낸 일기는 순식간에 수많은 네티즌 독자를 만들었다.

"암에 대한 관심과 암 환자들을 우리 사회가 사랑으로 보살펴 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일기를 쓰게 됐습니다. 힘이 남아 있는 순간까지 암환자들의 아픔을 알리는 것도 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뤼씨는 꼭 한달 전에 처음으로 일기를 올렸다. "3개월 남짓한 시한부 인생을 좀 더 뜻있게 보내보자"고 다짐했다. 오른쪽 귀 앞의 구강샘 종양 발견 후 수술 및 6차례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그는 의사의 권고도 뿌리치고 치료를 중단했었다. 그리고는 "죽는 방법 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해 사람들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그는 6년 전 위암 수술로 위의 80%를 절제한 뒤 또 다시 치료를 받느라 몸과 마음이 한없이 쇠약해졌다고 했다. 또 "수시로 병원에 찾아가 받는 치료는 큰 도움이 안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막대한 부담"을 거론함으로써 암치료 비용이 치료 중단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만들었다.

그의 하루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 2천~3천 자 내외의 일기를 쓰지만, 밀려오는 피로로 꾸벅꾸벅 졸다 보면 4~5시간을 할애해야 할 때도 많다.

일기에는 투병일지 외에 그의 가족, 어린 시절, 노래를 좋아하던 학창시절 등에 대한 회고도 들어 있다. 겨우 30대 중반에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서글픈 심정이 종종 통제 불가능하게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25일 파리 상공에서 추락한 콩코드기에 타고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의 고통도 잊고 가족들에게 보상금이나마 남길 수 있었으련만…"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까지 처자식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번민도 눈물겹다.

네티즌들 사이에도 난리가 났다. 신문 기고나 e메일을 통해 "진정 용감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암과 싸우라"고 몰아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상하이 청년보에 투고한 글에서, "6번의 방사선 치료로는 안된다. 36번, 아니 60번인들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눈물의 호소를 하기도 했다.

웹사이트 관계자는 "하루 2천∼3천의 페이지 뷰를 기록하고 있지만, 웹사이트 속도가 늦어 접속이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접속 시도는 그 보다 훨씬 많은 폭발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뤼씨의 아내는 교직을 포기한 채 남편 뒷바라지에 열중하고 있고, 뤼씨 자신은 물론 기력이 쇠잔해져 부동산회사를 그만 둔 상태이다. 아내 스씨는 "모두들 남편이 예상보다 오래 버티는 것에 놀라워 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하루 하루가 보너스 인생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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