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건유출 본격 수사 배경

입력 2000-09-02 00:00:00

검찰이 1일 4.13 총선사범 수사현황 문건 유출경위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 문건유출로 인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범관(李範寬) 대검 공안부장은 수사착수 배경과 관련, "마냥 끌수 없어 진상을 신속히 밝히자는 차원"이라며 "정도를 걷겠다는 검찰의 의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달 30일 '주간내일' 신문이 문제의 문건을 보도한 후 곧바로 문건유출 경위를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진상조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주간내일이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문건입수 경위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문건작성.보관 및 보고에 관계된 검찰 간부나 직원들도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거사범에 대한 편파수사 시비를 가열시키는 악재로 작용,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이 장기화 될 공산이 커지면서 검찰 조직을 압박했다.

대검은 특히 문건유출 사건이 지난해 6월 진형구(秦炯九) 당시 대검 공안부장의 취중발언에서 비롯된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의 닮은 꼴이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한 게 사실이다.

또한 이번 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그동안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자평해온 선거사범 수사에 대한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져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수뇌부는 이날 오전 구수회의를 열어 중지를 모은 끝에 해결책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 발동 카드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수사는 사건의 1차 진원지와 수사 주체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검찰조직을 치욕속으로 몰아넣은 파업유도 의혹 사건 수사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파업유도 의혹 사건 수사 당시 서울지검에 꾸려진 특별수사팀이 사건 진원지인 대검 공안부를 압수수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것.

진상을 명백하게 가려낸 뒤 '맞을 매가 있으면 달게 맞겠다'는 게 검찰 수뇌부의 의지인 만큼 이번 수사는 최대한 신속.엄정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문건을 보도한 주간내일 신문측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보고 불응할 경우 강제수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주간내일측이 설사 소환에 응한다 하더라도 취재원 보호 등을 이유로 문건 입수 경위 등에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수사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지만 검찰이 자체조사와 함께 수사에 착수한 이상 문건유출 경위와 동기는 어느 정도 규명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는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지난해의 옷로비 의혹사건과 파업유도 의혹 사건의 악몽을 떨치고 올들어 차츰 안정세를 되찾아가던 검찰 조직에 또한번의 메가톤급 파장을 안겨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대검 공안부는 대검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여 조금이라도 범죄혐의가 나오면 서울지검에 넘겨 수사토록 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검찰 내부에서도 다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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