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 공방

입력 2000-09-02 00:00:00

여야는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 권력 실세의 외압 여부를 놓고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부터 박지원 문화관광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출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음이 드러났다고 폭로하면서 이번 사건을 '박지원 게이트', 나아가 '제 2의 옷로비 사건'으로 몰아 붙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면서 가급적이면 맞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쪽이다.

한나라당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 특위' 첫 회의를 갖고 당력을 총동원,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로 했으며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제 실시를 관철시키기로 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박 장관의 대출압력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권력형 비리사건의 전형인 만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권의 선거비용 실사 개입 파문에 이어 이번 사건을 최대한 부각시킴으로써 남북한 정국에 휩쓸리면서 빼앗긴 정국주도권을 되잡겠다는 전략이다.

권철현 대변인은 "불법 보증을 거부했던 이운영 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을 조사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현룡씨가 박 장관의 추천으로 정권 인수위에 들어갔고 나중에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될 만큼 박 장관과는 밀접한 관계였다"고 폭로한 뒤 "대출금의 사용처 수사를 검찰이 서둘러 포기한 것은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오는 4일 인천을 시작으로 내주부터 '김대중 정권의 총체적 정권파탄 규탄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장외투쟁에 돌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이회창 총재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려고 한다면 중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당 소속 의원들 모두가 의원직을 사퇴할 수도 있다는 결의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 장관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는 등 파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박병석 대변인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 결과를 지켜 보겠다"며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고 국회에 복귀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김옥두 사무총장도 "박 장관의 개입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압력의혹 주장이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레임덕 등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 당직자는 "어느 정권에서든 실세의 처신은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라며 "자꾸 코너에 몰리는 일만 생기고 있다"고 걱정했다.

徐奉大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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