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자-우방태풍에 흔들리는 민심

입력 2000-09-01 14:40:00

지역 경제에 태풍이 몰아친 한주였다. 대구, 경북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왔던 우방이 지난 29일 최종 부도처리되자 지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독자들의 투고가 쇄도했다.

특히 섬유경기가 죽어가고 청구.보성이 법정관리, 화의신청중인 상태에서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졌던 우방마저 무너지자 독자들이 느끼는 우려와 불안이 한층 커졌다. 입주 예정자,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투고도 줄을 이었다.

김중호(대구시 대명동)씨는 "이번 우방사태로 지역경제가 핵폭탄을 맞은 꼴이다"며 "일이 터진 이상 일단수습이 중요하다.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경제회생을 위해 특별 금융지원책을 마련하든지 공정률이 높은 공사현장은 다른 기업체로 인수케해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만촌동 메트로 팔레스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성룡(대구시 만촌동)씨는 "시장이 편지를 보내 보증까지 선다고 해 일주일전 빚을 내 중도금을 납부했는데 회사가 부도를 내다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며 "시민들에게 아파트는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데 이걸 날리면 어떡하나. 앞으로 재산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지, 중도금을 계속내야 할 지 말아야할 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했다.

이호준(포항시 환호동)씨는 "기어이 올것이 왔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기업경영, 정치권의 눈치나 보는 우방의 파멸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며 "우방기업주에게는 부실내역을 조사, 엄정한 사법적 조치를 단행하고 우방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고 억울한 입주예정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순목 회장을 비난하거나 제 2의 우방사태를 우려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이현준(대구시 범어동)씨는 "워크 아웃 기업주로서 기업회생에 전념하기보다 주택건설협회회장, 정당활동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 회장은 비자금을 공개하고 사재를 털어서라도 협력업체 및 무고한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김성렬(구미시 옥계동)씨는 "지역기업들이 정치권력에 빌붙어 전근대적인 경영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제 2의 우방사태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며 "아직도 대구에는 우방과 같은 잠재된 폭탄이 많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번 결정을 못마땅해 하는 독자들도 많았다.

이정훈(대구시 산격동)씨는 "정치권은 그동안 수많은 공적자금을 이곳 저곳에 쏟아부으면서도 왜 이번 우방사태에는 찬물을 끼얹는지 모르겠다. 경영진을 바꾸는 정도의 결정이기를 내심기대 했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희진(대구시 상인동)씨도 "IMF관리하에서도 정부고위 관료의 친.인척에게는 가짜 신용장을 내줘 1천억원이나 지원해주면서도 우방이 신청한 1천억원은 왜 거부하냐"며 "정부에서 대구, 경북을 너무 홀대 하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崔昌熙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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