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하네요, 대구은행"-자기자본비율 5위로 독자생존 가능

입력 2000-09-01 12:22:00

잠재손실 전액 반영을 전제로 금융당국이 조사한 '은행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에서 대구은행이 6월말 현재 전국 17개 은행 중 국민.주택은행 등을 제치고 5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직접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대구은행은 금융구조조정 대상여부의 판단기준인 자기자본비율 8%를 훨씬 상회해 구조조정 대상이 아님을 정부로부터 확인받았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독자생존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31일 잠재손실을 전액 반영한 6월말 현재 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발표, 강제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여부를 가리는 기준인 자기자본비율 8%를 넘어선 은행은 대구은행을 포함해 모두 12개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또 자기자본비율 8% 미달 및 공적자금 투입은행 등 총 7개 은행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13.71%를 기록한 제일은행이며 대구은행은 11.27%로 신한.한미.전북은행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대구은행은 특히 지난 연말 자기자본비율 6위에서 이번에 한 계단 올라서, 잠재부실을 반영할 경우 오히려 자본적정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가을부터 본격 시작될 구조조정의 논의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았다고 보고 앞으로 지역전문은행으로 독자생존한다는 전략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KPMG로부터 제출받은 경영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이달중 수익성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또 은행간 여.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지역밀착 영업활동을 최대한 강화하기로 했다.

김극년 은행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대구은행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님을 정부로부터 확인받았다"며 "대구은행은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유일한 지방은행으로서 독자생존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초순 은행들로부터 자기자본비율을 제출받은 뒤 검사역 직원들을 해당 은행에 파견, 직접 현장점검을 실시했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관련하여 본사 경제부 이상훈기자가 쓴 기자노트입니다.

대구은행 사람들은 요 며칠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이색(?)체험을 하고 있다.

아직은 더운 이때 이들을 열받게 하는 열탕은 우방 부도 후 나도는 악소문. 우방이 무너지면서 대구은행도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됐다는 게 요지인데, 영업점마다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적잖다고 한다. 아예 예금을 빼내가려는 고객도 있어 지점장들이 이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을 대표해온 우방이 쓰러졌으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피해도 클 것이란 추측에서 나온 루머이겠지만 이를 부추기는 곳이 있다는 게 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의 분석이다. 몇몇 은행이 40%에 이르는 대구은행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공략하기 위해 은근히 이같은 악성소문을 유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맞는지는 두고 보더라도 우방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계획을 완비했고 법정관리로 가면 별도 부담할 게 없어서 부도쇼크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설명을 감안하면 대구은행이 악소문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안타까움은 이해할만하다.

청량감을 느끼게 한 냉탕은 31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7개 은행 중 5위를 차지해 우등생임을 굳혔다는 사실보다 이로써 금융구조조정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았다는 것이 훨씬 더 상쾌하다는 표정이다.

사실 대구은행은 구조조정을 걱정할 위치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자기자본비율, 연체비율, 당기순익 등 각종 지표가 모두 좋고 주관적으로는 독자생존 의지가 굳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설, 금융지주회사 편입설 등 지금껏 분분했던 각종 논의를 지켜볼 때 정부가 반강제로 구조조정 대열에 떼밀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노심 초사한 게 저간의 형편이었다.

이 시점에서 대구은행 사람들이 정말 유의할 일은 열-냉탕의 원천은 같다는 사실이다. 바로 시장의 신 뢰가 그것인데 소문을 잠재우거나 더 확산시키는 힘도, 구조조정에서 독자생존케 하는 힘도 다 고객의 신뢰에서 나온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믿음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때가 아닐까싶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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