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경주의 문화역량 보실래요"-문화엑스포 71일간 대장정 막올라

입력 2000-09-01 12:37:00

1일 개막돼 11월 10일까지 71일간 고도(古都) 경주에서 열리는 지구촌 문화축제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은 한민족의 문화역량을 한껏 뽐낼 것으로 보인다.

'새 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한 이번 엑스포에는 세계 62개국에서 9천5백여명의문화 예술인들이 참가하고 영상.전시.공연 부분에서 44대 단위 행사가 펼쳐지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솟을대문 모양의 높다란 정문을 들어서면 넓은 전승의 마당에 타원형으로 배치된 쥐.소.호랑이 등 십이지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 98년 '세계 4대 문화권' 중심에서 '민족문화'를 중심으로 바꾸고 최첨단 과학기술과 문화의 접목을 시도하는 한편 국제기구와 함께 하는국제행사를 개최한 것 등이 특징이다.

주요 행사는 ▲공식행사를 비롯해 ▲주제.부제 표현행사,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관련 행사 ▲청소년 참여행사 ▲노년층을 위한 참여행사 ▲특별 행사 ▲경주시가지 행사 등이다.

행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식행사 = '개막제'와 '폐막제', '국가의 날 행사'가 있다.

개막제는 1일 행사장내 백결공연장에서 1시간30분간 진행되며 식전.식후공연,의식행사 등이 펼쳐지는데 개막공연으로 신라설화인 '처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총체극이 선보였다.

폐막제는 오는 11월 10일 오후 5시부터 식전행사인 퍼포먼스와 세계민속공연,인기가수 공연에 이어 경주엑스포의 성공축하와 차기행사 주.부제 선포 등으로 끝을맺는다.

또 국가의 날 행사는 상호 문화교류 증진 등을 위해 공연행사 참가국 중심으로야외공연장에서 국가별로 하루씩 개최한다.

◆주.부제 관련 행사 =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게 최첨단 과학기술과 문화의 접목을 시도한 행사가 주류다.

먼저 인류가 만든 찬란한 문화유산의 원형과 그것이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된 모습을 서로 비교.전시,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찬란한 빛 사라진 문화여!'란 제목의 '문화 이미지전'을 들 수 있다.

새천의 숨결관에서 열리는 문화 이미지전에는 모아이 석상, 알타미라 동굴벽화,앙코르와트 사원, 트로이 목마, 영국의 스톤헨지, 폼페이 유적, 황룡사 9층 목탑의불타는 장면과 복원된 모습 등의 세계문화 유적 및 유물이 영상과 모형물로 비교 전시된다.

또 사이버 영상관에서는 '서라벌의 숨결 속으로'란 '주제영상'이 열리는데 올행사의 하이라이트.

국내 최초로 최첨단 가상현실(Virtual Reality)기법으로 1천년전 경주의 모습을재현한 주제영상은 천년전 신라인과 만나는 환상적인 역사체험을 할 수 있어 관람객들은 감동과 스릴을 만낀할 수 있다.

'동방의 빛을 따라서'란 주제로 열리는 주제전시관에는 고대 동서교역로를 따라한국문화의 원류와 문화적 포용성을 현장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대표적 진품유물이 전시되고 첨단영상으로 상영된다.

이와 함께 상호 이질적으로 인식된 20세기의 문화를 극복, 동서양의 화해와 공존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탐색하는 총체극인 '주제공연'(도솔가-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백결공연장에서 하루 2회씩 공연된다.

◆ASEM 관련 행사 = ASEM 회원국의 대표적 공연예술단이 펼치는 'ASEM 회원국공연 예술축제'와 ASEM 회원국 석학들이 참가해 새천년 인류평화를 위한 문화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ASEM 문화학술회의', 유럽 15개국의 우수영화를 상영하는 '유럽영화제', '아시아.유럽 청년미술가 대회' 등 다양하다.

◆청소년 참여행사 = 우선 삼국시대의 역사와 문화(사랑, 전쟁, 외교 등)를 소재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천년의 신화'가 컴퓨터 게임관에서 펼쳐진다. 특히 전국 게임왕 및 오늘의 게임왕 선발 등은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이버 인간이 출연, 관객과 함께 춤을 추는 등 실시간 쇼를 펼치는 '사이버캐릭터 쇼', 신라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천축국에 이르는 험한 길을 현장감있게 형상화한 미로를 걸으며 난관을 극복해 보는 '천축국 대탐험', 국.내외 14개인형극단이 참가하는 '세계꼭두극 축제'도 마련됐다.

유네스코(UNESCO)의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33개국 도시의 청년 100명(국내 50명포함)이 참여, 문화교류 및 우호증진을 도모하는 '국제청년문화캠프'도 열린다.

◆노년층을 위한 행사 = 조선줄타기, 각설이, 남사당패, 농악,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중심으로 구성된 '민속놀이 마당', 각 시.도 민속예술단과 대학공연단 등이 벌이는 '처용마당', 한가위를 맞아 명인명창의 우리가락 공연과 민속놀이, 외국인 장기자랑 등의 '한가위 대축제' 등이 준비돼 있다.

◆특별행사 = 세계 60개국 구족(口足)화가의 작품 90여점을 전시하고 한국과 대만, 일본의 구족화가가 직접 시연하는 '세계구족화가전'과 기와(450점)를 통해 신라,중국, 일본의 문화교류 실상을 비교.전시하는 '박물관 특별전'이 있다.

또 관.혼.상.제 등 의례를 통해 조상들의 참된 생활상을 소개하고 유교의 발전과정을 제시하는 '유교문화특별전', 국가 원수나 3부요인 등의 외국방문 국빈 선물,한국의 국빈선물, 국내명인.명장의 작품, 우수 문화상품 등을 비교.전시한 '문화상품 특별전' 등도 마련됐다.

◆경주시가지 등의 기타 행사 = 경주시민축제, 새천년의 음악축제, 외국 참가공연단 주말 야간공연, 남산유적답사 등의 행사를 비롯해 각 시.도의 특색있는 문화유산과 예술 등을 보여줄 '시.도 문화전시관', 북한영화 상영, 브라질 삼바춤 등의 '세계 축제 퍼레이드 및 거리 퍼포먼스'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세계 62개국 1만여명 문화인들 참여

'새 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이 1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오전 11시 경주 보문단지내 엑스포 행사장 백결공연장에서 열린 개막제에는 조직위원장인 이의근 경북도지사를 비롯,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주한외교사절, 국내 외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대표 등 2천여명이 참석해 경주문화엑스포 개막을 축하했다.

이번 엑스포는 경주보문단지내 엑스포 행사장과 경주시가지 일원에서 11월10일까지 계속되며, 22개국 27개팀이 참가하는 '아시아· 유럽 공연예술축제'를 비롯 문화이미지전·주제영상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개막제에서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개막선언을 통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문화축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온 인류와 7천만 겨레가 '문화의 만남과 아우름'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박지원 문광부 장관이 대독한 연설문을 통해 "경주문화엑스포가 문화를 통해 민족이 화합하고 세계인이 하나되는 사랑과 평화의 축제로 승화되기"를 희망했다.

개막선언 직후 펼쳐진 개막제 공식행사에는 신라 설화에 나오는 처용의 관용 정신을 21세기 시대 정신으로 재해석한 총체극인 개막 공연 '처용가'와 5개국 30명으로 구성된 외국합동공연단이 화려한 쇼를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참가할 예정이었던 김대중대통령은 태풍의 영향으로 참석지 못했다.

한편 이에앞서 지난 31일 오후 7시 경주 황성공원내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장대비에도 불구, 5천여명의 관중이 최진희, 안치환, 장사익, 한혜진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즐겼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참여 규모와 상징

세계인의 문화축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이 1일 막을 올렸다.

세계 62개국에서 9천5백여명의 문화 예술인들이 참가한 지구촌 문화잔치는 오는11월 10일까지 고도(古都) 경주 보문단지내 엑스포 행사장과 경주 일원에서 전시.영상.공연 부분으로 나뉘어 화려하게 펼쳐진다.

'새 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한 이번 엑스포는 오전 11시 행사장내 백결공연장에서 개막제를 시작으로 7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막제는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장관 등 중앙정부 인사와 주한외교사절, 조직위원장인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각급 기관단체장, 문화예술계 인사,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지사의 개막 선언, 외국합동공연단의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박장관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정부는 문화를 통한 국가발전을 이루고자 문화예산 비중을 1%이상 끌어 올렸고 지방별로 특성있는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내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개최되는 경주엑스포는 세계를 향해 열린 문화속에서 민족이나 지역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그 지혜와 만날 수 있어 의의가 크다"고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한반도는 55년간 남북한을 가로막는 냉전의 빙벽이 녹아 내리고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민족사가 열리고 있어 앞으로 남북한간에 경제.사회 등의 분야와 함께 문화교류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며 "경주엑스포가 표방하는 만남과아우름의 정신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개막 선언을 통해 "이번 경주엑스포는 문화의 '만남과 아우름'을 통해 인류와 7천만 겨레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경주엑스포가 한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국제문화 축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 설화에 나오는 '처용'의 '관용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총체적마당극인 개막공연 '셔발 발긔 다래'가 무대에 올랐으며 1백여명의 연기자들은 60분동안 춤과 노래로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막공연은 "아내와 동침하는 역신(疫神)을 노래와 춤으로 감화시켰다"는 신라 설화속의 주인공 '처용'이 새 천년의 시대정신인 '관용'의 상징으로 21세기에 거듭 나 지구촌의 대화합을 기원했다.

이 작품은 ▲열린 바다를 통해 나라와 나라의 만남 및 신라인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을 표현하는 '만남' ▲포용이야말로 진정한 힘의 원천임을 나타내는 처용의 정신을 그려낸 '관용' ▲처용상 그리기 등을 통해 영원성과 새 천년의 의지를다지는 '창조' 등 3부로 펼쳐지면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경주엑스포 2000'은 우리 민족문화를 집중 조명,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주도하자는데 그 초점을 맞췄다.

주요 행사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통해 황룡사 9층 목탑 등 천년전의 신라 모습을 현실처럼 느낄수 있도록 재현한 '서라벌의 숨결 속으로'란 주제영상과 고대 동서교역로인 실크로드 주변에 명별했던 유라시아 국가들의 문화를 한눈에볼 수 있는 '동방의 빛을 따라서'란 주제전시 등이 꼽힌다.

이밖에 주제공연 '도솔가-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유럽 공연예술축제, '사이버 캐릭터 쇼', 세계구족(口足)화가전, 기와전시회, '세계꼭두극 축제',

삼국문화탐방 컴퓨터 게임, 'ASEM 문화학술회의', 북한영화제 등 모두 44개의 단위 행사가 펼쳐진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모저모

0...김대중대통령의 참석에 대비,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조직위는 31일 오전 태풍 트라피룬으로 인해 김대통령의 불참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실망. 조직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여 여부에 따라 대회의 위상이 달라진다"며 못내 아쉬움을 표시. 김대통령의 불참에 따라 이날 개막제 의전행사가 대폭 간소화되고 당초 개막제 이후인 오후 1시 로 예정됐던 일반관람객 개방도 오전 9시로 앞당겨지기도.

0...태풍의 영향으로 31일 하루종일 비가 내린 경주에는 전야제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 예정대로 전야제를 강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황성공원내 시민운동장을 찾은 수천명의 관객 들은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은채로 전야제를 관람. 하지만 이날 관객수는 주최측이 당초 계획했던 3만명(운동장의자 3천명, 스탠드 2만7천명)에 훨 씬 못미치는 수천명에 불과해 기대 효과는 반감.

0...국내외 희귀 유물 250점이 전시된 주제전시관은 도난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철통같은 경계를 펼쳐 눈길. 조직위는 전시품 훼손, 도난사고 등을 막기위해 온습도 조절은 물론 방탄유리를 설치하는등 최 첨단 전시실을 갖추기도.

0...태풍의 영향으로 1일 개막제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던 조직위는 막 상 이날 아침 날씨가 맑게 개이자 안도의 한숨. 1일 오전 날이 밝자 행사 관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태풍의 영향을 점검하며 행사 준비에 분주 한 모습.

0... 당초 셔틀버스 운행을 계획하다 시외버스 사업자들의 반발로 주춤하던 조직위는 막상 대회가 개막되자 셔틀버스 운행을 강행키로 결정. 조직위는 엑스포 전기간중 대구시민의 개인차량 주차 편의를 위해 경북도청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평일 하루 3회(오전 7시, 10시30분, 오후 6시30분), 토요일 4회(오후 2시 증편) 운행한 다고 발표. 왕복요금은 어른 7천500원, 어린이 5천원. 예약 053)622-3131.

#경주문화엑스포를 빛낸 형제

형은 '현실의 나비'를 날리고 동생은 '가상의 나비'를 날린다.

이번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박사형제가 나란히 통일동산 조성과 가상현실관 조성에 주역을 맡아 화제. 경북도 농업기술원 원장인 형 김형국(57)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 영상 미디어 팀장인 동생 김형곤(48)박사가 그 주인공.

형은 엑스포장내 650평규모의 통일동산 조성의 주역이고,동생은 가상현실 '서라벌의 숨결속으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형은 또 2일 농업기술원 잠사곤충장에서 사육한 3종 2천500마리의 호랑나비를 날리는 '나비날리기' 행사를 가질 예정. 동생은 가상현실 전용관에서 1천년전 신라시대 안압지에서 수십마리의 나비가 군무를 추는 모습을 재현했다.

"여기 와서야 같이 일하게 된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같은 행사장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것이다. 통일동산은 당초 계획에 없다 지난 8월이후 급작스레 조성됐다. 하지만 650평 규모의 통일동산은 아담하면서도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인을 고루 갖춘 엑스포장의 명물이다. 남북화해 무드를 위해 우리나라 지도를 본뜬 동산 등 18개의 테마 동산이 조성됐다. "엑스포장이 쉬는 기간 엑스포장을 활용해 농업박람회를 열면 어떨까 생각하다 화훼류 등 농산물 수출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동산을 만들게 됐습니다"

형제는 지척에서 일하면서도 그동안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밖에 만나지 못했다. 이제 엑스포가 개막된 만큼 좀더 자주 만날 생각이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경주문화엑스포 최대의 하이라이트

가상현실 서라벌의 숨결속으로 제작한 고휘동 과학기술원 연구원 인터뷰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지요.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이번 엑스포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1천년전 신라를 재현한 가상현실관. 손에 잡힐듯 다가 서는 가상현실 '서라벌의 숨결속으로'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눈앞에 나풀거리는 가상의 나 비를 손으로 잡으려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 고휘동(42) 박사는 이같은 가상현실을 가능케한 숨은 주역이다. 일리노이주립대학 전산학박사 출신으로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영상미디어 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원 전체가 제대로 잠도 못자고 일궈낸 작업입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와 과학기술분 야를 접목시키려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대형 가상현실극장을 일궈낸데 대해서 는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다.

고박사는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하지만 장애라는 것이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휠체어를 이리저리 누비며 작업을 하는 고박사의 표정엔 구김이 없다.

"가상현실로 제작된 천년전 신라의 모습에 사람이 없어 '죽은 도시' 같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아쉽다'고 했다. 실사(實寫) 인물이나 가상캐릭터 등을 삽입해야 했지만 여력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기술이었던 만큼 앞으로 기술개발 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작업은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동료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연구센터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센터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처용의 관용정신을 21세기 새정신으로

"신라의 처용이 새 천년의 시대정신인 '관용'의 상징으로 21세기 지구촌의 대화합을 기원했다"

1일 개막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 개막제의 개막공연 '셔발 발긔 다래'(처용가).

신라 설화에 나오는 '처용'의 '관용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이 총체적마당극은 행사장내 백결공연장에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이의근 경북지사, 주한외교사절, 각급 기관단체장,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개막제에서 공연됐다.

개막 선언후 바로 공연된 이 마당극에서 "아내와 동침하는 역신(疫神)을 노래와춤으로 감화시켰다"는 '처용'이 새 천년의 시대정신인 '관용'의 상징으로 21세기에거듭 나 지구촌의 대화합을 기원했다.

연출가 표재순씨와 극작가 김지일씨가 함께 엮은 마당극에서 처용역은 이경수,처용아내 최정임씨, 역신 황재섭씨, 헌강왕 장현수씨 등이 맡았고 동국대 동국국악예술단, 경주 신라공고 학생 등이 출연했다.

1백여명의 연기자들이 당시의 복장 등으로 60분동안 춤과 노래로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폭력보다 강한 힘은 포용"이라는 인식아래 처용의 춤과 노래로 관용을 나타내며 동.서양의 만남과 아우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작품은 ▲열린 바다를 통해 나라와 나라의 만남 및 신라인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을 표현하는 '만남' ▲포용이야말로 진정한 힘의 원천임을 나타내는 처용의 정신을 그려낸 '관용' ▲처용상 그리기 등을 통해 영원성과 새 천년의 의지를다지는 '창조' 등 3부로 구성돼 선보였다.

먼저 경주엑스포의 개막을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하는 장면인 '어가행렬'로 시작됐다.

궁녀들과 문무백관들의 옹위를 받으며 등장한 신라 헌강왕의 화려한 봄나들이행차가 행사장 무대를 가로지르며 춤으로 바뀌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이어 갑자기 거센 바람과 파도 소리와 함께 짙은 안개와 구름이 뒤덮이며 '태풍'이 몰아치자 노한 바다를 달래기 위해 왕이 용왕을 위한 절을 짓도록 명하자 비바람이 개고 하늘이 맑아졌다.

바닷가에 당도한 처용 일행이 자신들을 구해준 왕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리고 감사의 표시로 처용을 남겨두고 떠났다.

신라인과 이국인의 만남이 어우러진 장면으로 이번 엑스포의 부제인 '만남과 아우름'을 상징했다.

이후 왕은 처용에게 벼슬을 내리고 아름다운 여인과 혼례를 올리도록 하고 옆에두니 처용은 차츰 신라인이 되어갔다.

태평성대의 서라벌에는 선남 선녀들이 모두 탈춤을 추며 즐기고 달밤에 벌어지는 화려한 탈춤놀이 판에서 처용의 아내는 역신을 남편으로 알고 그의 유혹에 넘어간다.

이것이 '갈등'으로 연결돼 처용은 역신과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솟구치는 분노에 괴로워 한다.

그러나 처용은 마침내 분노도 질투도 모두 씻어버리고 용서와 화해의 춤을 췄다. 이에 감복한 역신이 처용에게 무릎을 꿇고 처용은 한쪽에서 오열하는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며 사랑으로 감싸안았다.

이 장면을 통해 힘을 힘으로써가 아니라 용서와 관용으로 상대방을 설복시킴으로써 '무력보다 더 큰 힘이 화해와 관용'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처용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은 "어기여 영차 어화 엘루야"를 합창하며 망해사를 짓고 하늘의 축복과 이 땅의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탑쌓기를 하며 추는 춤은 절정에 달하고 환희와 감격으로 연결되면서 개막제 휘날레를 장식했다.

'셔발 발긔 다래'는 개막공연 이후에도 엑스포 행사기간 주말 밤마다 경주 시내노서고분군에서 재공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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