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월드 대출의혹 증폭

입력 2000-09-01 00:00:00

한빛은행 불법대출을 주도한 아크월드사 대출금의 행방이 갈수록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간 매출액 150억원대의 소규모 건축자재 납품업체에 불과한 아크월드가 올들어 7개월여 간의 짧은 기간에만 최소한 300억원대에서 최대 1천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검찰 수사결과 한빛은 관악지점에서 아크월드로 빠져나간 대출금은 확인된 금액만 3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47)씨가 직접 대출받은 149억원에 R사 대표 이모씨가 빌린 67억원 중 박씨의 측근인 S사 대표 민백홍씨를 통해 아크월드에 유입된 60억원만 더해도 200억원이 넘는다.

여기다 민씨도 자신의 회사가 대출받은 298억원 중 전기기자재 업체인 T사에 재대출한 114억원을 제외한 100억원을 박씨에게 넘긴 사실을 시인했다.

결국 3개사가 불법대출받은 466억원 중 70% 가량인 316억원이 아크월드로 집중된 셈이다.

그러나 아크월드는 무역금융을 가장한 불법대출을 시도하기 전에도 150억∼200억원의 일반대출을 받아갔기 때문에 관악지점이 아크월드에 내준 대출금 총액은 5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관악지점 연간 여신고의 60~70% 정도에 달하는 대출액이다.

이런 엄청난 대출규모에도 불구하고 아크월드의 대출금 용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그렇다면 아크월드 대출금은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박씨가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48·구속)씨에게 건넨 커미션 1천100만원과 신씨가 친지 회사를 통해 해외로 유출한 의혹이 일고 있는 17억원은 유출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대출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특히 아크월드로 들어간 대출금 중 상당액이 경리장부에 누락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 점은 대출금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시키는 대목이다.

따라서 장부상 누락된 대출금 중 상당액이 대출외압의 '몸통'으로 의심되고 있는 '정·관계 배후' 쪽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문제를 비롯한 박씨 사업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정·관계 고위인사에게 정치자금이나 사례비 명목으로 수십억원대의 대출금이 건네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출규모가 일개 지점장의 결재한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씨 형제의 정·관계 배후와 연결된 은행 고위층으로 거액의 커미션이 일부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그러나 박씨 형제가 사업상 목적 외에 개인적 치부를 위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밀반출하거나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각도로 자금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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