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 수사전망

검찰이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47)씨의 동생 현룡(40·전 청와대 공보수석실 행정관)씨를 30일 전격 소환함에 따라 이번 사건을 둘러싼 외압설의 실체가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의 수사에서 현룡씨가 대출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된 만큼 대출외압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현룡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우선돼야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빛은 관악지점의 불법대출 경위 및 대출금 규모, 사용처 규명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에서의 대출보증을 위한 압력행사 여부 △박씨 형제의 정·관계쪽 인맥 동원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신창섭(48) 전 한빛은 관악지점장이 지난 2월부터 불과 6개월만에 혜룡씨를 앞세운 3개 회사에 466억원을 대출해준 점을 중시, 한빛은행 고위간부의 대출지시나 묵인, 정·관계 인사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박씨 형제가 모 여권인사의 조카행세를 했다고 하더라도 상부결제없이 시중은행지점장이 대출할 수 있는 한도가 1억~5억원에 불과한 점, 지점장 신씨가 불법대출의 방법까지 알려준 점등을 감안할 때 자신의 독단으로 대출이 이뤄졌다는 신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따라서 은행고위층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연간매출액이 150억원대에 불과한 아크월드에 반년만에 수백억원의 돈이 지원됐는데도 대출금의 정확한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는 점 등도 수사대상이다.

이에 따라 현룡씨 소환을 계기로 검찰수사는 일단 한빛은 불법대출의 정확한 경위와 사용처를 캐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그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박씨 형제와 지점장 신씨 등 관련자들간에 대질신문을 벌이는 한편 한빛은 대출관련 기록과 아크월드 등의 경리장부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중이다.

검찰은 특히 상당액의 대출금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대출금 일부가 박씨형제의 배후에서 외압을 행세한 정·관계쪽에 흘러들어갔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의 대출보증 요구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수사를 벌였던 사직동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실세에 대한 소환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엄청난 폭발력을 안고 있는 만큼 검찰이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수사가 자칫 '도마뱀 꼬리자르기 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관측도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