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대구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입력 2000-08-31 14:39:00

(주)우방의 부도는 대구경제의 파탄을 알리는 참사다. 대구 경제를 받쳐주던 섬유, 주택건설, 금속기계 등 3대 지주산업의 업체들 가운데 마지막 남은 중견업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IMF관리체제 이후 수없이 도산한 중소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적 명성을 얻었거나 전국을 상대로 대규모 사업을 벌였던 업체가 넘어진 것만도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나마 지역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대구본사 소재 8개금융기관중 6개기관이 퇴출돼 살아남은 기업마저 심각한 자금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가고 있다. 한국 3대도시에서 4대도시로 밀린 대구는 산업황폐화로 몰락의 비극에 직면한 것이다.

◈심각한 산업황폐화

전국적으로 우리경제는 IMF관리체제를 졸업했고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경기상승의 정점을 통과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판에 대구경제는 어찌된 셈인지 IMF체제 직후보다 더 망가지고 있다. 김대중정부의 정책 잘못 때문인지, 경제시장을 표방한 문희갑 시장의 시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구시민의 의식과 자세가 퇴행적이기 때문인지 시당국과 시의회, 학계, 시민단체가 함께 종합진단이라도 해보고싶다. 누구의 잘못이든 확실한 원인진단이 따라야겠지만 지방자치단체도 국가처럼 경제주권을 위탁하는 IMF처방이라도 받아서 살아날 수 있다면 대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같은 심정이다.

대구경제의 기초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먼저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고 보아야한다면 어떻게든 우방부도의 후유증은 최대한 줄여야한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이 버린 우방의 뒷수습이 시당국과 지역금융기관, 정부부처가 나선다고 그렇게 쉽사리 풀릴성 싶지않다. 경제논리대로 우방에대한 자금지원이 거부됐고 일개 민간기업의 부도사태에 정부나 지자체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논리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분양계약자의 입장에선 정부의 권위와 공신력을 믿은 데서 피해를 입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IMF체제 이후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워크아웃 기업으로 결정해서 자금지원을 했을 정도라면 일반국민들은 정부와 채권은행이 철저히 관리하는 기업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800억원규모의 분양대금을 완불하고 입주까지 한 아파트를 소유권이전을 해주지않고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대도 관계 관청이 아무런 법적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도 정부가 이를 방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 피해자에 심각한 책임을 느껴야하고 지방정부도 이 문제를 철저히 짚어 시민들의 피해보상에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한다.

물론 우방부도를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보아야하고 지역균형발전이란 시각에서 정부의 역할은 우방사태에 대한 단기수습책과 함께 대구지역경제에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대구시도 밀라노 프로젝트나 물류단지건설 등 꿈같은 장기계획에만 매달리지말고 숨가쁜 지역경제를 응급회생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시민들의 발상전환

대구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97년 환란 이후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으로 난국을 돌파한 경우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제의 파탄이 중앙정부의 벤처기업육성에서 지방이 소외된데도 하나의 원인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라도 대구는 벤처육성에 나서야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나 대구시 당국도 진작부터 벤처육성을 노래하듯 되풀이했지만 거의 성과가 없었다. 전국 벤처의 80%가 서울에 몰려있고 대구는 코스탁등록 벤처가 10개정도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도 남는다. 이제 시민들은 정부와 시당국만 믿고 앉았을 때가 아니다. 시민의 조직적 활동으로 지역 벤처육성에 나서야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할 때다. 이미 설계는 대구 테크노파크에 나와있다. 시민의 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움직여 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이 함께 잘살 수 있는 방안을 실현시키기위해 뜻을 모아야할 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