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소의 떡에 얽힌 문양의 신비

입력 2000-08-29 14:28:00

보름 뒤면 민족의 명절 추석. 추석 상차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떡'이다. 예부터 선조들은 떡을 '하늘을 받드는 신성한 제물'로 귀하게 여겨왔다. 이처럼 귀물(貴物)인 탓에 떡살로 무늬를 새겨넣어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게 만드는데 온 정성을 기울였다.

떡살에 비친 한국 떡문화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책이 나왔다. 강원일보 김길소이사가 쓴 '떡에 얽힌 문양의 신비'(강원일보사 출판국 펴냄). 30년 넘게 떡살을 모아온 한 수집가의 기록이자 떡살에 담긴 문화적 품세를 떡이라는 총체적 의미로 풀어낸 떡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떡살이나 다식판이라고 하면 옛날 서민들이 즐겨 써온 치졸한 무늬가 담긴 도구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선조들은 이런 떡살무늬를 통해 무병장수, 자손번창, 부귀영화를 빌었고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같은 무늬라도 여러 가지가 조화롭게 배치돼 조형미가 놀랍고, 어디에도 없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나 축원이 알알이 박혀 있다.

무늬도 다양하다. 빛살(햇살)무늬나 사군자무늬, 전통글씨무늬가 있는가하면 연꽃, 창살, 오얏꽃, 태극, 팔괘, 물고기, 산수, 단청, 화조무늬가 등장하고 박쥐무늬까지 있다. 새김도 양각과 음각 두가지 기법이 널리 쓰였으며, 재료도 투박한 멋이 담긴 나무떡살과 품격이 돋보이는 자기로 만든 떡살 등 저마다 독특한 멋을 풍긴다. 어느 집안이 특정한 무늬를 떡살무늬로 쓰면 가급적 다른 집안에서는 그 무늬를 쓰지 않았고, 이웃이나 가까운 집에 빌려 주지도 않을 만큼 떡살무늬는 그 집안의 상징적인 무늬로 통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역별 떡살의 특색과 한국·중국·일본 세나라의 떡살에 대한 비교도 흥미롭다.

그래서 저자는 떡살을 단순한 도구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닥쳐야 할 온갖 욕구와 희망을 담고 있으며 내세 극복의 주술적 효과까지 기대한, 즉 "우리 겨레의 정신세계를 담아온 소박한 그릇이자 삶의 철학이 숨겨져 있는 무늬의 보고(寶庫)"라고 예찬했다. 또 수많은 전래 민속품과 예술품에 나타난 다양한 무늬가 절제된 언어로 그대로 떡살에 옮겨져 "아늑하고 친근한 우리 무늬의 뛰어난 예술성을 음미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떡살과 떡살무늬에 관한 종합적 고찰뿐아니라 떡에 얽힌 민담이나 이야기, 떡의 종류와 이름, 떡을 만드는 전통용구, 떡타령 등 우리나라 떡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이 담겨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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