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경영권 사실상 미국 금융그룹으로'-1조1천억여원 외자유치 양해각서 체결-

입력 2000-08-29 12:01:00

국내 증권업계의 선두권인 현대증권이 사실상 미국의 세계적 보험금융그룹인 AIG가 주도하는 국제컨소시엄으로 넘어가게 된다.

현대증권은 AIG그룹 등이 참여하는 국제기관투자가 컨소시엄과 총 10억달러(1조1천억원 상당)의 외자를 유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이번 MOU는 지난 6월21일 현대증권과 국제컨소시엄이 체결한 MOU를 토대로 투자금액을 늘려 이미 경영권을 이양하게 돼있는 현대투신운용 이외에 현대투신과 현대증권도 국제컨소시엄이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경영권이 국제컨소시엄에 넘어가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은 지난 6월21일 합의한 대로 3천억원씩 각각 우선주와 보통주의 형태로 투자하되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이번에 2천억원이 추가돼 총 5천억원을 전액 보통주 전환옵션이 있는 후순위채권으로 투자하게 된다고 현대증권은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현대증권이 발행하게 되는 전환옵션부 후순위채권은 1년 뒤 전환가격 1만5천원에 현대증권의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게 돼있어 전액 전환될 경우 국제컨소시엄이 현대증권의 지분 23.7%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단일주주로는 현대그룹 계열사 보유지분보다 많아 최대주주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현대증권의 경영권이 AIG 등 국제컨소시엄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현대와 국제컨소시엄측은 국제컨소시엄의 경영권 인수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대증권은 이와 관련, 일단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에대해서는 국제컨소시엄과 기존 대주주인 현대그룹이 동등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공동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번 MOU체결로 현대증권에 유입되는 5천억원 가운데 4천억원은 현대투신증권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며 나머지 1천억원은 자체자금으로 활용하게 된다고현대증권은 밝혔다

AIG는 미국 최대 보험사로 세계 1백30여개국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 및 자산관리 영업을 하고 있는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AIG의 의장인 그린버그는 이번 MOU 체결과 관련 " 국제컨소시엄은 현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대계열 금융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들을 세계수준의 우량금융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W.L.Ross&Co.LLC의 회장인 윌버 로스는 한라그룹을포함한 여러 한국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언을 해왔으며 작년 11월에는 김대중대통령으로부터 금융위기 때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 공로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로스 회장은 "현대투신과 현대증권은 이제 한국 최고의 금융기관으로서 갖춰야할 자본과 경영구조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 W. L 로스그룹 월버 로스 회장 인터뷰

현대증권에 2천억원을 추가 투자키로 한 국제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W.L 로스

그룹의 윌버 로스 회장은 1년후 현대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하기보다는 공동경영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에섹스호텔에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과함께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에 대한 증권관련법 위반혐의 조사 관련 사항은최근 사항까지 자세히 파악하고 있으나 그것이 양해각서(MOU) 체결에 영향을 주지는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로스회장, 이회장 등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후순위채권을 1년 후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이 23.4%로 최대주주가 될 경우경영권을 행사할 것인가

▲(로스 회장) 공동경영의 정신으로 임할 계획이다. 임원을 현대증권에 보낼 수는 있다. 현대증권은 한국의 증권사다.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에서 임원을 파견해 미국식 경영방식을 한국 것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본 계약 체결 1년 후 보통주로 전환할 때 주가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할 것으로 보는가

▲(로스 회장) 최소한 주당 1만5천원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 9천억원에 대한 본계약이 체결되기에 앞서 다시 2천억원을 얹은 것이 현대에대한 당국의 압력과 관련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회장) 9천억원 건은 이제 다 마무리돼 가고 있다. 국제컨소시엄은 현대의마케팅 능력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투명경영으로 이름난 AIG그룹 등과 제휴하는 것이 국내에서도 기업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윈 뉴거 AIG 부사장 추가 답변) 2천억원은 현대나 AIG 모두에게 모두 의미있는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현재의 투자유치 진행속도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 2천억원 추가투자안은 누가 먼저 제시했나

▲(윈 뉴거 부사장) 현대가 먼저 했다. 처음에는 놀랐다. 그러나 기존의 9천억원 투자와 관련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가됐다.

-- 현대에 대한 투자의 근본배경을 무엇인가

▲(로스 회장) 장기적으로 한국에서의 사업에서 수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현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증권, 펀드 관리, 세일즈능력을 가진 현대와 AIG 등이 제휴하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이익치 회장은 이 건을 마무리한 후 곧바로 사직할 것이라는 신문보도가 있었는데...

▲(이 회장) 지금은 그런 얘기 할 수 없다. 지금은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것이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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