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불법 복제의 온상

입력 2000-08-28 14:14:00

할리우드 영화제작업계가 인터넷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불법 복제한 대용량 파일이 손쉽게 유포되고 있기 때문. 물론 영화 불법 복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엔 비디오를 통한 불법 복제였기 때문에 대량 유통이 쉽지 않았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정은 달라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적판 영화의 지하시장이 급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약 15만편의 영화가 인터넷에서 불법 유포됐고 올해엔 35만편, 내년 말쯤엔 100만편의 영화가 온라인을 통해 무차별 배포될 것으로 예상된다.불법 복제 영화는 대부분 회원만 접근할 수 있는 서버망인 'FTP(File Transfer Protocol)'나 전문 프로그래머들과 컴퓨터 해커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채팅네트워크인 'IRC(Internet Relay Chat)'을 통해 이뤄진다. 영화 복제는 비디오테이프를 파일로 만들거나 영화관에서 무비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가정용 VCR을 통해 영화 파일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영화의 복제방지 장치를 푸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점.

최근 할리우드의 주요 영화제작업체들은 컴퓨터 해커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웹매거진 '2600(www.2600.org)'의 발행인겸 운영자인 에릭 콜레이를 제소했다. 콜레이는 DVD의 내용을 복사,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한 혐의다. 'DeCSS(Decode Content Scrambling System)'라고 불리는 복제방지시스템 해제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복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주요 소스코드를 공개했다는 것. DeCSS는 유럽의 10대 해커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사용자가 DVD에 저장되어 있는 복제방지 프로그램을 무력화시켜 그 내용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다른 매체에 옮겨 복사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관련 미국 법원은 지난 17일 DVD(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복제방지용 코드를 해체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웹사이트에 대해 '연방 저작권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콜레이측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최근엔 음악파일의 MP3처럼 동영상파일을 압축, 재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인 'DivX'가 인터넷상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DivX는 '맥스모리스'란 별명을 쓰는 해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기술(MPEG4)을 조작 변경하고 사운드트랙용으로 MP3 포맷을 사용해 만든 기술. DivX의 코드가 인터넷상에 공개돼 있기 때문에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은 이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DivX는 합법적인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럼에도 DivX가 네티즌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는 것은 뛰어난 품질 때문.

DVD나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영화는 간단한 '인코딩(디지털파일로 암호화, 압축시키는 것)'을 통해 DivX용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파일크기는 DVD에 비해 절반 정도. 2시간짜리 영화가 650MB 크기의 CD 한 장에 모두 들어간다. 게다가 극장용 와이드 스크린 비율(가로:세로가 16:9)의 선명한 화질에 서라운드 입체음향도 가능하다.

DivX를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프로그램에 1.2MB 정도 크기의 전용재생 프로그램을 추가하면 된다. 재생 프로그램(예를 들어 DivX3d.exe)은 PC통신의 공개자료실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자세한 설치방법도 나와있다.

DivX가 비표준화 방식이긴 하지만 이처럼 탁월한 성능 때문에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영화가 DivX로 재포맷돼 인터넷 와레즈 사이트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 영화 제공 사이트는 수시로 사이트 주소를 변경하고 회원들에게만 접속을 허용하기 때문에 파일을 구하기가 쉽진 않다. 현재 국산영화 '쉬리', '태양은 없다'는 물론 '매트릭스', '미이라', '라이언일병 구하기' 등도 나와있다. 미국 전역에서 6월말 개봉한 영화 '퍼펙트 스톰'은 극장에 선보인지 나흘 만에 해적판이 인터넷 뉴스그룹에 떴다. 애니메이션 영화 '타이탄 A.E'는 해적판 출시 시기를 단 사흘로 앞당겼다.

현재 음악 파일을 무제한 공유하는 냅스터(Napster)와 같은 서비스는 아직 DivX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고, 뉴스그룹에서 부분적으로 이와 같은 기능을 맡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이런 파일들이 인터넷상에 있다 해도 전송속도가 워낙 늦기 때문에 다운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몇시간만 투자하면 생생한 화질의 최신 영화를 맘대로 컴퓨터로 끌어내릴 수 있게 됐다. DivX의 등장으로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간 대접전'이 벌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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