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뚝이 터졌다...한밤 긴급 대피

입력 2000-08-28 00:00:00

"쿵쿵쿵 쏴-악 쏴-악"26일 밤 11시 30분, 의성군 춘산면 빙계2리. 깊은 잠에 빠졌던 마을 주민들이 시간당 43㎜의 폭우 속에 마침내 빙계저수지 못뚝이 터졌다는 이웃 주민들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만 빠져나온 사이 15채 가옥은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갑자기 들이닥친 물로 가재도구를 하나도 챙기지 못한 이재민들은 이웃집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허탈해 했다. 당장 '집없는 추석쇠기'에 기막혀 하기도 했다.

추석전 사과 출하로 한몫을 기대했던 한 주민은 과수원이 흙에 매몰되자 할 말을 잊은 듯 하늘만 쳐다본 채 눈물만 흘렸다.

손태섭(55) 마을 이장은 "수년전부터 저수지에 누수가 있다고 건의했으나 예산문제로 수수방관하다가 이런꼴을 당했다"며 탄식했다.

손 이장은 또 "군이 올해 예산을 확보, 저수지 보수를 위해 측량을 한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됐다"며 사후 약방문식 행정에 혀를 찼다.

의성.李羲大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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