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독 안한 당국도 문책하라

입력 2000-08-23 15:34:00

들끓는 여론에 못이겨 실시한 워크아웃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특별검사에서 여론대로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 새삼 국민적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44개 워크아웃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20개 기업이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면서도 기업을 개선하기는 커녕 개악시키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같은 워크아웃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채권금융기관들마저 가담했고 이를 감독해야할 금감원조차 방관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환란이 닥쳐 국민의 고통이 6·25전쟁후 가장 컸다는 시절에 피보다 더 귀한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채권은행들이 도덕적 해이를 자행한 이들 기업들에 돈을 주고도 감독은 커녕 함께 이익을 나눴다는 것은 엄청난 국민에 대한 배신인 것이다. 채권은행을 감독해야할 정부측의 금감원 역시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워크아웃 업주와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는 참으로 가소로운 수준이다. 개인소유 부동산을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계열사에 팔아 부당하게 사용해놓고도 소유권이전도 않았는가하면 개인자격으로 계열사로부터 거액을 빌려 제대로 갚지않은 업주도 있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기업중 대주주가 사재출연을 한 곳은 19개사 뿐이며 채무재조정을 받은 18개사중 8개사의 기업주만 퇴진했을 뿐이다. 심지어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이 계열기업에 빌려준 돈이 부실채권화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검사결과는 금감위가 서면조사만 고집해서 이뤄진 것인만큼 거래계좌나 경영진을 직접조사한다면 부실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또 채권단은 이들 기업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사외이사등 경영진 추천과정에 개입해 채권은행 퇴임인사를 추천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것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금감원 역시 워크아웃 업체에 채무조정 85조6천억원,신규대출 4조8천억원 등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이 돈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한차례도 검사를 않았다는 것은 변명만으로 넘길 수 없다. 게다가 이들 업주가 주요공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더욱 가관이다. 도덕적 해이 기업을 국세청과 검찰조사에 넘기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덮어버릴 일이아니다.

채권은행과 금감원의 감독부실도 정부와 국회가 엄중히 책임을 따지고 잘못이 드러나면 함께 문책해야할 일이다. 환란속에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어물쩡 넘긴다면 국민적 저항을 면치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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