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대릴 한나 연극무대서 먼로로 재탄생

입력 2000-08-21 14:28:00

지난 80년대초, 작품성은 둘째치고 20대 청춘들 사이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었던 영화 '탑 건'의 남자 주인공 톰 크루즈는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그러나 상대 배역이었던 켈리 맥길리스는 당시 주목받는 배우였음에도 불구, 이후의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함으로써 현재는 잊혀져 가고 있다.

그와 비슷한 사례 또 하나.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로맨틱 코미디영화 '스플래쉬'의 톰 행크스는 두 차례나 아카데미상을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상대역 대릴 한나는 뜰 듯 뜰 듯 하다 결국 뜨지 못했다. 풍성한 금발과 매혹적인 용모, 모델 뺨칠 정도의 늘씬함으로 시선을 모은 대릴 한나는 이후 출연작마다 잇따른 불운과 흥행 부진으로 대중들의 뇌리에서 멀어져가다 최근 연극무대에서 마릴린 먼로역을 맡게 돼 다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런던의 극장에서 10월부터 막을 올리는 작품은 마릴린 먼로가 55년에 출연한 영화 '7년만의 외출'을 무대로 옮긴 작품. 결혼했으나 여름동안 홀로 지내며 이웃집 소녀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중년 남자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먼로의 대표작 중 하나. 이 연극을 기획한 제작사는 "대릴 한나가 뛰어난 희극배우이며 어떠한 연기라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를 칭찬.

화려하지만 비극적 인생을 마친 여배우로서 마릴린 먼로에 대한 문화상품은 일단 눈길을 끄는 마력(?)을 지녀 신화처럼 화한 그녀의 사후 영향력을 엿보게 한다. 최근 그녀의 삶을 다룬 영화 '노마 진 앤 마릴린'에서는 애슐리 주드와 미라 소르비노가 출연했으며, 대릴 한나도 먼로역에 매력을 느껴 이번 출연을 결정했다.

이 연극에서 지하철 환풍기 바람에 스커트가 올라가는 유명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예정. 그러나 제작자는 "대릴 한나가 극중 역할상 벗는 것을 요구받는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더 매혹(?)적인 장면이 있을 것임을 암시. 제작자는 최근 니콜 키드만, 캐서린 터너, 제리 홀 등 여배우들이 연극무대에서 나체로 출연, 화제를 모은 것을 의식해 이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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