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본처 위해 자리 양보

입력 2000-08-18 15:21:00

"통일 돼서 다시 만나면 본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다. 북쪽에 (이선행) 할아버지를 보내주겠다. 그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분단의 부부는 마침내 17일 오찬을 하면서 잠시나마 얼굴을 마주했다.

이송자(82.여.서울 중랑구 망우동)씨는 점심이 끝난 뒤 북의 아들을 돌려보내고 호텔방으로 가기 위해 승강기 앞에서 기다리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북쪽 부인하고 손을 꼭 잡고 하룻밤이라도 지낼 기회가 있었으면…"이라며 남편 이선행(81.서울 중랑구 망우동)씨에 대한 애틋한 정을 나타내기도 했다북한에 각각 남편과 아내, 자식을 두고 내려온 뒤 남쪽에서 살아오던 이선행.이송자씨 부부의 기구한 '드라마'는 상봉 3일째인 17일 가족들 간의 점심식사에서 만남으로 이어졌다.

17일 고려호텔에서의 고별오찬 때 북측 안내원의 권유로 '북쪽 아내' 홍경옥(76)씨와 이송자씨는 자리에 합석, 10여분 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북쪽의 아들들이 이선행씨에게 잔을 권했다.

이송자씨의 북쪽 아들 박위석(61.강원도 천내군)씨가 이선행씨에게 "아버님 받으십시오"라며 들쭉술을 권하자 이선행씨는 "나는 머슴처럼 어머님을 받들고 있으니까 걱정마라"고 답했다.

홍씨와 함께 온 북쪽 장남 진일(59.황북 사리원시)씨는 이송자씨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아버지를 돌봐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서 통일이 돼서 아버지의 90세 생일상은 제가 차려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일씨와 동생 진성(53.함북 청진시)씨는 이송자씨의 아들 박씨에게 "형님으로 하겠습니다"라며 손을 잡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송자씨는 "이런 비극이 역사에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고 온 가족이 다같이 건배를 했다.

이송자씨와 홍씨 간 대화는 아주 짧게 이뤄졌다. 이씨와 홍씨는 각각 서로의 북쪽 아들로부터 술을 받은 뒤 건배를 했다. 이어 이씨는 악수를 권하며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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