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형평성 잃은 야당의원 기소

입력 2000-08-18 14:11:00

검찰이 이달 들어서만 야당인 한나라당의원 4명을 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를 하자 야당이 발끈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눈물정국'을 틈타 검찰이 '야당의원을 대학살하고 있다'면서 검찰을 순회방문하는 등 강경대응방침을 밝히고 있어 정국은 또한번 '선거사범공방전'이 벌어질 것 같다.

야당의 이같은 강경반발이 전혀 수긍이 안가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6월중순이후 지금까지 약 두달이나 잠잠하다 '남북 이산가족방문기간'을 전후해 한나라당의원 4명을 간헐적으로 기소한 반면 여당인 민주당의원은 강운태.이정일의원 두명을, 자민련 정우택의원을 전격기소했다. 이로써 16대총선사범 기소현황은 한나라당 8명 민주당 3명 자민련 1명으로 모두 12명이 기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당소속 강운태의원의 기소를 놓고 정가에선 '항명에 대한 조치'라는 말이 파다했고 강의원 본인은 시인도 부인도 않으면서 "전후사정을 보면 알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당선무효까지는 가겠느냐"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강의원이 강하게 시사하는 걸 유추해보면 당이 항명에 대한 징계차원의 기소를 했으나 한석이 아쉬운 여당형편으로 봐서 당선무효까지는 시키지 않을 것이란걸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수사주체는 검찰인데 어째서 정치권에서 기소단계에서 수사의 결론까지 다 내놓느냐에 강한 의구심을 품지 않을수 없다. 이건 다시 말하면 검찰과 여당간의 모종의 의견이 오고갔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달 들어서만 야당의원 4명을 기소한 것도 물론 검찰은 각 지검.지청별로 정상적인 수사의 결과라고 하지만 야당의 대학살이란 주장을 배척할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 약 2달간 쉬었다 하필 눈물정국 안팎을 기소시점으로 택했느냐가 그 첫 의문이다.

또 이번 총선사범중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걸 보면 민주당 181명, 한나라당 47명, 자민련 44명으로 여당의원이 훨씬 많았고 당선자 고발건수도 민주당 9명, 자민련 2명, 한나라당 1명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직후에 선관위가 여당을 겨냥해 재정신청을 해서라도 부정선거사범은 엄정처벌토록 하겠다고 하다 선관위원장이 바뀌자 이마저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런 일련의 전후사정을 고려할때 야당의 검찰에 대한 반발은 일리있다고 할수 밖에 없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검찰이 과연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 고 자신할 수 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현정권이 이런 형평성 잃은 처사를 하고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스스로 반성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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