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자 이별…언제 다시 만나나

입력 2000-08-17 15:06:00

"내일이면 헤어지는데 언제 다시 만나려나"

북한 이산가족들과 회한의 재회를 한 남측 가족들이 17일 '재이산'의 아픔을 토해냈다. 이날 워커힐 호텔에서 오전 오후로 나뉘어 마지막 개별상봉을 한 이산가족들은 "내일이면 또다시 이산가족으로 돌아간다"며 북측 가족을 부둥켜 안은 채 망연자실해 했다.

남편 부모를 만난 가족들은 "건강하십시요. 그래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형제 자매들도 "언제 다시 만나겠나"라며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가 이야기되지만 이들은 이번에 상봉을 한 가족들은 향후 재상봉 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때문에 면회소 설치 등에 기대를 표시하면서도 재이산의 아픔을 달랬다.

○…김일성대 교수인 조주경(69.영양군 영양면)씨와 어머니 신재순(88)씨도 이날 오후 워커힐 호텔에서 마지막 개별상봉을 했다. 전날 신씨는 조씨에게 금목걸이, 며느리 에게 선물로 금팔찌 등을 줬기 때문에 이날 상봉에서는 별도의 선물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남독녀 외아들인 조씨를 50년만에 상봉한 신씨는 내일이면 못만난다는 생각에 조씨를 만나기 전부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상봉전 조씨도 "어머니를 만나면 또다시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다"면서 "완전히 통일이 돼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그동안 못해온 아들의 도리를 다할 게 아니냐"고 말했다. 조씨는 또 "어머니가 상상했던 것보다 정정해서 마음이 놓인다"며 "통일이 될때가지 살아계셔야 할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씨는 전날 상봉 때 어머니 신씨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선물이라며 비단옷감을 선물했다.

○…50년 만에 북한의 남편 이복연(73)씨를 만난 이끝남(73.안동시 동부동)씨는 "다시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잠을 한숨도 이룰 수 없었다"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마지막 상봉 전까지도 이씨는 숙소인 올림픽 파크텔에서 남편 이씨를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북한에 부인이 있더라"면서 "그거야 말을 안해도 알지만 (남편이)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부인 이씨는 전날 상봉에서 남편 이씨에게 안동 삼베로 만든 적삼을 입혔고 북쪽의 부인에게 주라며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남쪽의 두 아들은 50년만에 만난 아버지 이씨와 함께 준비한 제물로 호텔방에서 조상 제사를 지냈다. 부인 이씨는 "건강하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면서 재이산의 아픔에 어쩔줄 몰라 했다.

○…오후 개별상봉을 한 김치효(69.대구시 덕산동)씨의 형 치원(85), 치려(74)씨 등도 "언제 다시 만나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치려씨는 "이제 정들만하니 또 헤어져야 한다"며 "처음에는 말투가 달라 거리감도 있고 다소 곤란을 겪었는데 두번 세번 만나니 예사로 들린다"면서 정들자 이별을 실감했다고 했다. 치려씨는 "기약을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건강해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전날 두 형은 동생 치효씨가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할 것 같다면서 시계와 전자계산기, 카메라 등을 선물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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