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롯데월드

입력 2000-08-17 00:00:00

##"백두산 사진 누가 찍었나"

16일 오전 롯데월드 민속관에 들어선 뒤 첫 관람물인 백두산 천지 전경사진에 다가선 한 북측수행원은 "사진을 누가 찍었냐"고 물었다.

이에 민속관 안내를 맡은 롯데월드 이춘호씨가 "아마 조선일보가 찍은 사진인것 같다"고 대답하자, 북측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언제 백두산에 왔었나"라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관람에 앞서 방명록 서명을 미뤘던 북측의 최승철 부단장은 관람을 마친 뒤 방명록에 서명했다.

최 부단장은 방명록에 '역사를 창조하는 인민대중의 힘은 무궁무진합니다. 북남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북과 남이 힘을 합쳐 통일조국의 새력사를 창조해 나아갑시다. 2000년 8월 16일 흩어진 가족 친척방문단 부단장 최승철'라고 또박또박 서명했다.

##"통일박물관 지어야"

민속관 참관을 하는 도중 50명의 북측 방문단원들은 나름대로의 소감들을 밝혀 취재진의 귀를 집중시켰다.

조진용씨는 "빨리 하나로 통일돼 살아야 북에 있는 가족이나 인민들도 이런 우리 민족 고유의 역사유산을 볼 수 있다"며 "빨리 하나가 돼 통일 박물관을 지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록원씨는 신라 문무왕릉이 묘사된 사진을 보며 "민족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북측 방문자 가운데는 "평양에도 이런 모형이 많은데 한 곳에 몰아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또는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등의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았다.

##"식혜는 고향맛과 유사"

이날 오전 11시10분께를 전후해 민속관 참관을 마친 후 저잣거리에 모인 방문단은 롯데월드측이 제공한 식혜를 들며 목을 축이기도 했다.

방문자 가운데 이종필씨는 "맛이 어떠냐"는 질문에 "고향맛과 유사하다"며 "북에서도 식혜 또는 감주라고 부른다"고 설명.

박 섭씨는 "북에서는 주로 설에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고 권기준씨는 "우리 전통음료는 놋그릇이나 막그릇에 담아 먹어야 제맛"이라고 덧붙이기도.

##미술학원 원생 포옹도

이어 점식식사를 위해 롯데호텔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북측 방문자 가운데 일부는 저잣거리까지 나온 친지들과 깜짝 상봉하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관측됐다.11시35분께 황억구씨를 만나러 온 황씨의 외조카 이수향(36)씨는 황씨에게 "외삼촌 건강하셔야 돼요"라는 정담을 건넸고 황씨는 이씨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씨의)어머니와 다시 만날 것"이라며 그리움을 달랬다.

마침 서울 석촌동 한사랑미술음악학원 원생 33명이 일반 관람객으로 롯데월드를 둘러보고 있던 도중 북측 방문단과 마주쳤다. 북측 방문자 중 한 노인이 원생을 안아 포옹하자 주변에 있던 일반 관람객들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탈락자 "조카 찾아 주세요"

16일 오전 북측 방문단 B조 50명에 이어 오후 3시부터는 A조 50명이 롯데월드 민속관을 방문했다.

A조 50명의 민속관 참관 일정은 오전과 같게 진행돼 오전 상황과 크게 다른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다만 오전에 많지 않았던 북측 방문자와 가족들 간의 깜짝 상봉이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롯데월드 민속관에는 방북 신청자 200명 명단에 포함됐다가 최종선정에서 탈락한 김홍명(70. 서울 양천구 신정동)씨가 피켓을 들고 찾아와 북측 방문단에게 조카들의 소재파악을 부탁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김씨는 두 누이가 사망해 최종 방문단에서 제외됐다며 생존한 조카 변순자(58).문자.옥자씨 등에게 소식을 전해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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