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재연. 올해 37살 먹은 여자. 대구교통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한다. 결혼 못했다, 혼자 산다.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나홀로 족'인 셈. 결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독신주의자냐고? 아니다. 그저 편하고 좋아서 혼자 사는데 무슨 '주의'라는 식의 수사를 붙일 필요는 없다. 결혼 안 하냐고? 글쎄다. 좋은 남자가 생기면 오늘밤에라도 당장 해치울는지 모른다.
심심하지 않느냐고? 교통방송 프로듀서 생활은 만만치 않다. 아침 8시 전에 출근해서 저녁 7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걸핏하면 밤 12시까지 야근이다. 근무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 틈만 나면 자고 싶고, 기회만 있으면 쉬고 싶다. 심심할 틈이 없다.
사대나 약대를 가라는 부모님들의 집요한 '청탁'을 꿋꿋하게 물리치고 신문방송학(연세대)을 공부했다. 서울에서 주간지 기자, 방송작가 생활을 거쳐 2년 전 프로듀서가 됐고, 일년 전 대구 교통방송 개국과 함께 대구로 근거지를 옮겼다.
대학시절에도 흔해 빠진 미팅·연애 한번 못했다. 그녀가 결혼을 안하거나 혹은 못한 것은 순전히 남자친구를 안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83학번 신방과에는 남자 보다 여자가 훨씬 많았다. 여고시절을 끝으로 '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특별히 예쁘지도 않은 내게 '품귀의 행운' 마저 따라주지 않았다. 솔직히 입학 당시엔 신경질이 많이 났다.
독신으로 사는 이들에겐 위축되지 않거나 주변의 야릇한 시선을 무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로움. 설거지를 않고 출근해도, 라면 냄새가 진동해도 잔소리 할 사람이 없으니 좋다.
혼자 살아서 나쁜 점은 역시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나이를 꽤 먹었으니 성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그런 일 없다. 아마 체질적으로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살기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나는 이래저래 '나홀로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여자니까 유리하잖아. 한번 잘해 봐!' 하는 것. 소위 여우 기질을 좀 발휘하라는 식인데, 정말 짜증난다. 여자라는 이유로 잘못을 애교로 무마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걸핏하면 웃음을 흘리거나 훌쩍거리는 여자들 딱 질색이다. 가끔씩 여자들의 그런 작전에 넘어가는 남자들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로 직장생활 10년째이다. 여성으로서의 특혜(?)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아랫사람과 윗사람을 단단히 묶어주는 '아교' 같은 직장인이고 싶다.
비록 전세이지만 아파트도 있고, 대형 냉장고, 텔레비전, 오디오, 침대… 모든 게 준비돼 있다. 괜찮은 남자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없으면 그만이고. 曺斗鎭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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