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전야인 14일 밤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잠을 청했으나 잠자리가 바뀐데다 긴장감으로 인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일부 이산가족들은 혹시 상태가 나빠져 꿈에도 그리던 북의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술을 마시고 설사증세를 일으킨 박관선(70.경기 의정부시)씨는 청와대오찬에 불참한 데 이어 오후 방북교육에도 불참했다.
박씨는 설사 증세가 멎지 않고 밤늦게까지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병세가 위중해 혹시나 방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자아냈다.
그는 그러나 링거를 꽂은채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래도 꼭 갈거야"라는 말을 되뇌며 굳은 상봉 의지를 보였다.
북에 있는 여동생 정열(62)씨를 만나러 가는 채성신(73) 할아버지는 남쪽에서 결혼한 아내와 자녀들의 음성을 담은 카세트테이프를 선물로 준비했다.
채씨는 "가족들에 대한 인사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인사를 녹음해 달라고 여동생에게 부탁한 뒤 이 테이프를 아버지 산소와 가족모임에서 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장 겸 식사장소인 지하1층 썬플라워룸 앞에 마련된 외환은행 임시환전소에는 미화로 돈을 바꾸려는 방북단원들로 붐볐다.
이날 막내 여동생의 생사를 추가 확인한 김준섭(67)씨는 "새로 알게 된 여동생몫도 준비해야겠다"며 즉석에서 현금을 추가로 인출해 미화 200달러를 환전했다.한편 외환은행측은 환전한 방북 이산가족들에게 2달러짜리 '행운의 미화' 를 기념으로 나눠줬으며 적십자사측은 방북단 1인당 미화 500달러씩의 '깜짝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15일 오전 100명의 방북단을 떠나보내고 100명의 북측 손님을 맞게되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셰라톤 워커힐 호텔은 'D-1'인 14일 오후 그동안의 준비상황을 마지막으로 점검 하는등 긴장된 모습이었다.
호텔측은 "15일은 오전 9시에 방북단이 빠져나가고 이들이 묵던 7~8층 객실 정리를 2시간만에 모두 끝내고 오전 11시부터 북측에서 오는 새 손님을 맞이해야 하므로 직원들이 무척 바쁘다"고 말했다.
신헌철(36) 연회부 지배인은 "이렇게 큰 행사가 연달아 이어지니 정신이 없지만 이산가족들을 직접 뵈니 가슴이 뭉클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며 "북측 이산가족들도 따뜻하게 맞이해야겠다"고 말했다.
방북단과 방남단 대부분이 고령이라 호텔측은 응급진료에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호텔측은 평소 비치하는 기본적인 구급약 목록을 재점검하는 한편 13일부터 호텔내에 서울적십자병원 이수진 내과과장과 간호사 2명을 상주시키고 있으며 서울 중앙병원 구급차를 24시간 대기시켜 놓고 있다.
호텔 컨벤션센터 건물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개설 첫날인 14일부터2천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프레스센터로부터 ID카드 발급을 위탁받은 한숲정보기술㈜ 측은 이날 오전부터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접수번호를 부여하고 카드를 차례로 발급했으나 직원들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카드가 늑장 발급되거나 일부를 빠뜨리는 경우가 간혹 발생했으며, 3차례나 헛걸음을 하고서야 발급을 받은 경우까지 있었다.
○…호텔 곳곳에서는 방북길을 함께 할 이산가족들은 서로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백년지기'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여줘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경기 개풍군이 고향으로 같은 방을 배정받은 송성수(70)씨와 상환식(74)씨는 서로 손을 마주잡고 호텔 교육장 등을 돌아다녀 주위의 시선을 끌었고 평북 영변군 팔원면이 고향인 이선행(80)씨와 채성신(72)씨는 면단위까지 같은 마을인데다 초등학교 8년 선후배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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