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속 얼굴 알아나볼지...

입력 2000-08-14 15:06:00

◈고교때 모습 남아 있을지…

○…북한의 동생 김치효(69)씨를 만나는 맏형 김치원(85.경북 경산시 백천동)씨와 둘째형 김치려(75.대구시 북구 태전동)씨.

김씨 형제는 50년동안 남북으로 서로 헤어져 살아온 동생 치효씨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겠다는 심정으로 시계.옷가지 등 각종 선물을 한아름씩 안고 치려씨는 11일, 치원씨는 13일 기차편으로 각각 상경했다.

맏형수인 노수조(82)씨는"시동생이 경북고에 다닐때 성격이 서글서글 했을 뿐만 아니라 머리도 좋고, 인물도 남달라 항상 여학생들이 꽁무니를 따라 다녔다"며"아직까지도 그때 그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회상했다.

또 치원씨는 동생을 만나면"동생이 서울대에 입학할 당시 사귄 여자친구가 현재는 7순의 할머니가 돼 손자손녀를 거느리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도 꼭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산.金成祐기자 swkim@imaeil.com

◈밤잠 설친 기다림의 나날

○…어릴때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북한의 오빠 이해창(68)씨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여동생 봉례(66.예천읍 통명리)씨는 만남의 기쁨에 밤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했다.

해창씨의 상봉 가족은 형 해석(75.인천거주)씨 여동생 봉례(66.예천거주)씨 복순(63.울산거주)씨 갑순(60.영주거주)씨 국자(57.인천거주)씨 등 5남매로 이들은 큰오빠를 제외한 여동생 4명은 오빠의 얼굴을 모른다며 얼굴도 모르는 오빠에게 줄 선물 준비에 분주했다. 50년간 북한에세 외롭게 산 오빠를 생각하면 많은 선물을 주고 싶은데 어떤 선물이 필요한지 몰라 5남매 각자가 금반지와 현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도재린(북한.65)씨 형 재익(79 예천군 용궁면 덕계리)씨 남매와 박연달(북측.66) 씨의 여동생 연옥( 52.감천면 대맥리)씨 가족들 역시 각종 선물을 준비해 놓고 상봉일만 기다리고 있다.

예천.權 光 男기자 kwonkn@imaeil.com

◈선물준비 닷새동안 분주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님을 난생 처음으로 뵙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아버지 최필순(77.당시 동국대생)씨와의 이산 당시 어머니(주정연.사망) 뱃속에 있었다는 중선(52.울진군 울진읍.울진경찰서 근무)씨는 지난 8일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 확정 통보를 받은 후 "지난 닷새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선물준비를 위해 가족회의까지 열었어요. 그리고 언제 또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버님이 향수를 듬뿍 느낄 수 있게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과 족보 사본, 고향집 마당의 흙 등을 준비했어요"

지난 4월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다쳐 아직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최씨는 "대형 버스를 빌려 문중 전체가 상경할 계획이었으나 적십자사측의 상봉 요강에 따라 저희 내외와 누나 내외, 집안 어른 한 분 등 모두 5명이 만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7남매 모두 한자리에

○…이산가족 상봉단으로 북에서 오는 동생 권중국(70)씨 상봉에 가슴이 설레 밤잠을 설쳤다는 권계희(여.73.영주시 하망동)씨는 3일동안 곱게 만든 모시 저고리와 바지가 맞지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50년의 한을 풀게 됐다고 기뻐했다.

계희씨는 서울에 있는 남동생 집에 숙소를 정하고 영주와 봉화에 있는 5남매가 13일 오후 서울로 출발. 7남매 모두가 오빠. 형님. 동생을 함께 만나는 가족 상봉이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형님에게 줄 선물로 금반지 등 패물과 영양제를 준비했다는 중후(62)씨는 이산가족 상봉 통보를 받은 후부터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주.朴東植기자 parkds@imaeil.com

◈김일성대학 교수아들 만나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있는 아들 조주경(68)씨와의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신재순(89.부산시 서구 서대신3동) 할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아들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에 상봉일보다 나흘 앞선 지난 11일 밤 서울로 향했다.신 할머니가 기거하고 있는 내원정사측은 할머니가 지난 8일부터 상경하기 전까지 탑돌이를 하며 부처님께 연신 감사의 절을 올렸다고 전했다.

혈기왕성하던 때의 아들에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변해버린 아들을 만나면 무슨말부터 어떻게 해야할 지, 혹시 아들이 못알아보지나 않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에 잠못 이룬 신 할머니는 반세기만의 재회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부산.李相沅기자 seagull@imaeil.com

◈북 원로한글학자 아버지

○…북한 최고의 원로 한글학자인 아버지 유열(82)씨와의 재회를 하루앞둔 딸 인자(60.부산시 연제구 연산4동)씨는 "아버지와의 상봉 소식을 듣고부터 지금까지 잠을 제대로 못잤다"며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녹듯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자씨는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아버지에게 드릴 선물꾸러미를 다시 살폈다. 선물꾸러미속에는 인자씨와 남편이 정성껏 준비한 고급손목시계와 속옷, 넥타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와 함께 지난 50년 세월동안 품속에 간직하며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꺼내보곤 했던 빛바랜 사진 한장도 지갑속에 곱게 챙겨 넣었다.

인자씨는 14일 오전 남편과 함께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서울로 떠났다.

부산.李相沅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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