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앞서 죽더라도 가야지

입력 2000-08-14 15:08:00

"어머니,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이춘자(74.안동시 동부동)씨의 맏아들 이지걸(54.경기도 일산시)씨는 한국전쟁때 북으로 간 아버지와 50년만의 상봉을 앞둔 어머니가 몸져 눕자 애간장이 탄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의 생환소식에 뛸 듯 기뻐한 것도 잠시, 오히려 그 충격에 지병인 심장병과 고혈압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거동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

이씨는 이러다 어머니가 꿈에 그리던 아버지와 만나기도 전에 행여 변고나 당하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다 9일 안동집에 혼자 기거하던 어머니를 일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주변과 연락을 모두 끊었다.

"아버님과의 재회를 평생 소원으로 살았던 어머니가 꿈을 이루게 되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약해져 병이 깊어졌고 또 지난 1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언론의 인터뷰와 축하객 접대에도 무리가 따랐던 것 같습니다."

이씨는 어머니가 지금의 병세로는 상봉장소에 나갈 수도 없을 것 같지만 선물로 준비한 베적삼을 머리맡에 두고 업혀가 그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버지를 만나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어 휠체어를 구해 놓고 병간호에 정성을 쏟고 있다안동.鄭敬久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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