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또 고개든 일본의 역사 왜곡

입력 2000-08-14 14:52:00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했다. 누구보다도 일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 바로 일본이 소위 '대동아 공영(共榮)'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기회있을 때마다 과거사를 반성하기는 커녕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려들더니 이제는 한술 더 떠 일본의 침략전쟁을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닌가 싶다.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역사단체가 최근에 펴낸 '국민의 역사'(산케이신문사 발행)가 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정하고 한일합병에 대해 '동아시아를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구미 열강의 지지를 받았으며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왜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동아 전쟁을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의 식민지 사람들에 꿈과 용기를 북돋워준 성전(聖戰)으로 표현하고 일본 스스로는 그 성전의 지원자라고 기술하고 있으니 망언(妄言)도 이쯤되면 듣는 쪽이 오히려 무색해질 판이다.

이 책은 또 "일본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한국인도 많았고 같은 식민지인 대만보다 한국에 더 선정을 베풀었다"고 강변하고 있는데다 '교육칙어'를 소개하는 등 국수주의적 황국사관으로 일관되는 점도 납득이 안된다. 물론 우리는 이 교과서가 내년 3월 문부성의 검정을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아야 2002년부터 중학교용 교과서로 채택될 것인만큼 미리부터 과민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교과서 문제에 대해 진정 걱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처럼 왜곡된 역사 인식이 횡행하는데도 이를 진실인양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 사회의 그릇된 분위기다. 세계의 선진국을 자처하면서도 총리가 '신국(神國)'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또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 직선제 총리후보 1위로 물망에 오르는 등 국수주의의 분위기가 팽배한 일본이기에 우리는 착잡한 심경으로 이번 교과서 사건을 반추케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은 한 술 더 떠서 이 교과서에 합격판정이 나게끔 압력을 넣고 있다니 참 걱정스런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일본 문부성이 이처럼 터무니 없는 역사 왜곡으로부터 진실을 지켜주기 바란다. 정부도 피해국인 동남아 제국과 공조해서라도 왜곡된 역사가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막도록 해야할 것이다. 일본인들은 "교과서에 거짓말을 쓰는 나라, 특히 최근세사를 바꿔치기 하는 나라는 머지않아 망가진다"라고 말한 '이에나가 교과서 소송'의 재판장 오노마사오의 말을 명심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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