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8·15 특집극 선감도

입력 2000-08-12 20:01:00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치사하고 냉혹하기만하다. 하물며 일제 강점기. 아이들이 내몰렸던 상황은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한다.

MBC가 8·15특집극으로 마련한 '선감도'. 일제 말기 당시 화성군 선감도의 부랑아 수용시설 '선감원'에 들어간 두 형제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야만적 실상을 폭로한 드라마다. '선감도'는 일제 식민지 사회의 축소판이자, 상징적 공간. 뻗을래야 더이상 뻗을 곳이 없는 섬이라는 설정 자체가 암울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이곳에서 탈출한다. 자유를 얻는다.

45년 6월. 경기도의 한 장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황폐하를 위해 대동아공영권 건설의 성전에 젊은 한 몸을 바치라"고 떠들어대는 친일파 인사의 목청높인 연설과 휘날리는 일장기. 그 한 켠에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찐빵을 훔치다 붙잡힌 대봉과 수봉 형제는 일본인 순사에게 넘겨진다.

선감원 가는 길은 멀다. 인천에서 대부도까지 뱃길 80리. 이곳에서 다시 쪽배를 타고 선감도로 들어가야 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도망갈 데가 없는 곳. 포승줄에 묶인 이들이 선감도에 도착, 제일 먼저 목도한 것은 사흘전에 도망쳤다는 원생이다. 허기에 지쳐 풀을 뜯어 먹다 퍼런 위액을 쏟고 쓰러져 있는 원생. 대봉은 이곳에서 나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자원하는 것 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최소한의 의식주는 물론 인간이 누려야할 가장 기본적인 인권마저 철저히 유린당하는 아이들.

대봉은 드디어 탈출을 결심한다. 배신과 음모, 사랑과 우정이 교차하는 나날들. 어느날 아침, 바다위에 한 척의 뗏목이 떠있다. 고기잡이 배는 뗏목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아이들은 이 배에서 일본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한다는 방송을 듣는다.선감원은 일제 말기인 1942년 5월 총독부의 특별지시로 개원했던 실존시설. 일제 패망 직전 3년여동안 전국에서 부랑아로 분류된 10~15세 소년 수백명이 수용돼 강제 노역에 종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반일 사상을 가진 청년들도 이곳에 수용됐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후 1946년 2월 경기도로 넘겨져 '선감학원'이란 명칭으로 전쟁고아와 부랑아들을 수용해오다 1982년 폐쇄됐다. 15일 밤 10시5분부터 80분간 방송된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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