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84세 여총리 사임

입력 2000-08-11 20:24:00

84세의 할머니 총리,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 40여년간 나라를 이끈 여성….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스리랑카 총리가 10일 고령.건강 등을 이유로 사임했다. 그의 딸은 현재 대통령이고, 할머니의 본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였다.

1916년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난 반다라나이케 총리는 1940년에 정치인이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정치에는 관심 두지 않고, 평범한 주부로 생활했다.

그런 그를 정치로 끌어 들인 것은 1959년에 남편이 불교 승려에 의해 암살된 일. 당시 남편은 3년째 총리로 재직 중이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반다라나이케는 그 다음해(1960년)에 남편이 조직해 뒀던 자유당을 이끌고 총선에 출마,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세계 최초로 여성 총리에 취임했다.

1970년에 재집권한 그는 영연방 자치국이던 스리랑카를 독립공화국으로 전환시켰고, 사기업을 국유화했으며, 경제난 극복을 위해 수입 금지조치와 식량 배급제 등 과감한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1971년 공산주의 반란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을 계기로 정치적 영향력을 서서히 상실, 1970년대 중반의 언론탄압 이후에는 국민 신망을 완전히 상실했다. 1977년 총선에서 완패한 그는 1980년 권력남용 혐의로 의원직마저 박탈당했고, 공직 취임이 전면 금지됐다.

1986년 복권된 반다라나이케는, 이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근소한 차로 낙선했고, 건강이 악화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정치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1994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딸 찬드라 카마라퉁가의 지명으로 총리에 취임, 재기했었다.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딸 카마라퉁가의 개헌 시도가 전국을 태풍으로 몰아 넣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안은 17년에 걸친 타밀족과의 유혈분쟁을 끝내고 이들에게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스리랑카를 사실상 연방국으로 재편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개헌안은 의회에 상정돼 있지만, 개헌 의석수 2/3 확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개헌안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

이번의 반다라나이케 총리 사임으로 이뤄질 개각에서 딸인 카마라퉁가 대통령은 개헌안 마련 때 자신의 편에 섰던 야당 의원들을 입각시키는 등 내각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콜롬보AFPd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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