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이산가족 방문 정치 이용말라

입력 2000-08-10 00:00:00

북한측이 공개한 8.15이산가족 방문단 명단을 보면서 어쩐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듯한 느낌을 떨칠수 없다. 북한이 하필이면 고(故) 최덕신(崔德新)의 부인인 유미영(柳美英) 천도교청우당위원장을 방문단장으로 선정한 저의부터가 미심쩍은 것이다. 최덕신은 육군중장 출신으로 외무장관, 천도교령을 지낸 인물로 공금횡령 등 부패혐의로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집중되자 부부가 함께 월북한 사람으로 남한측 입장으로는 극도로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항을 훤히 꿰뚫고 있을 북한이 굳이 유씨를 방문단장으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북한측이 방문단을 어떻게 구성하든지 방문단장에 누구를 선정하든지 간섭할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산가족 방문단을 구성함에 있어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한측이 일정한 기준을 세워 투명하게 방문단을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북한은 직계가족이 남한에 생존한 것을 확인하고도 이들을 제외하고 엉뚱하게도 월북자를 중심으로 방문단을 구성하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무슨 원칙인들 제대로 있었을는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도 월북한 사람들은 모두 출세해서 이처럼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정치적 저의'에서 방문단을 구성하지나 않았나 싶은 의아감 마저 갖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만은 남과 북이 이념과 정치성을 떠나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런데도 북한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처럼 남한 국민들의 정서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행동을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남북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아니할말로 이번에 남한측이 황장엽씨나 그에 버금갈 탈북, 월남 인사를 방문단장으로 보낸다면 북한 사람들의 심경이 어떨는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와함께 우리는 판문점을 통한 육상통로를 외면하고 굳이 항공편을 이용해서 이산가족 방문단을 수송하겠다는 북한측의 자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소 떼도 판문점을 통해 방북(訪北)하는 판에 사람만은 50년만의 귀향길을 굳이 하늘을 이용해서 들어가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혹시 보안상의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남북이 화해의 물꼬를 트야 한다는 측면에서 판문점을 통한 방북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거듭 촉구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