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가슴에 묻어야할 '이산의 한'

입력 2000-08-10 00:00:00

8·15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의 상봉대상자 중 북측 최고령자로 알려졌던 109세의 구인현 할머니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는 8일 북측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고 9일 오전 대한적십자사에 알렸으며 한 이날 낮 상봉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구 할머니의 아들 장이윤(72·부산

시 중구 영주 1동)씨에게 사람을 보내 직접 통보했적은다.

모친의 사망소식을 적십자사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장씨는 충격을 받고 쓰러져 부산시 동구 초량동 성분도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이날 오후 귀가했 다.

홍양호 통일부 인도지원국장은 "8일 적십자 판문점 연락관 접촉때 방문단 명단을 교환한 이후 가진 실무협의에서 북측 연락관이 부산에 거주하는 장이윤씨의 모친 구인현씨가 이미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며 "북측 연락관은 좋은 일하다 생긴 일인만큼 서로 이해하자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적 부산지사는 9일 오전 11시께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장씨의 노모가 숨졌으니 이를 장씨에게 전하라는 연락을 받고 11시50분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산진소방서 구급대에 연락, 12시23분께 구급대원들과 함께 장씨 집을 방문, "안 좋은 말을 전하러 왔다"고 말하자 비보를 접한 장씨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적 관계자와 함께 장씨의 집을 방문한 구급대는 비보를 듣고 쓰러진 장씨를 곧 병원으로 후송했다.

홍 국장은 "북측이 구씨의 구체적인 사망 시기와 원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적십자사 관계자는 "최근에 숨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장씨의 모친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선정기준상 101번 순위인 우원형씨가 방문단에 포함돼야 하나 장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우씨가 양보, 장씨는 예정대로 오는 15일 방북길에 오른다.

장씨는 평양에서 생존이 확인된 조카 준관(64)씨와 준식씨를 만날 수 있게 됐으나 모친 묘소참배는 남북간 합의에 따라 불가능하다.

장씨는 "조카들을 만나면 우선 어머님이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고 그동안 누가 모시고 살았는지부터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40여년전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것으로 생각해 제사를 모셔왔으나 돌아가신 날짜를 정확히 몰라 제삿날을 잡지 못했는데 이번에 확인되면 호적도 정리할 생각"이라며 어머니께 드릴 선물로 준비했던 한복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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