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7일 집권후반기를 맞아 개각을 단행, '집권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번 개각의 큰 특징은 경제팀을 중심으로 중폭 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집권 절반을 넘어가면서 흐트러진 정부와 정국 분위기를 일신하는 한편 특히 경제부처에 쏠리고 있는 국내외의 불신을 해소하고 개혁드라이브를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내각에 팀별 운영체제를 도입했다.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은 개각발표를 하면서 앞으로는 내각을 외교국방·경제·인적자원·사회복지 등 4개의 소분야로 나누고 팀웍을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 분야별로 자율이 확대되고 그만큼 책임도 지는 시스템인 셈이다.
경제팀의 전면개편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구출신의 김영호 산자부장관의 경우 이 원칙에 의해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외교국방팀은 현재 진행중인 남북대화국면의 지속성 차원에서 변화가 없었으며 사회분야팀은 예상대로 문제가 된 장관들이 물갈이 되는 중간수준의 교체였다.
이번 개각에서는 집권당인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한명도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도 특이했다. 최근 국회 표결과정에서 과반수문제가 제기되면서 현역 배제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원외지구당위원장인 노무현 전의원이 부산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해양수산부장관 자리에 기용된 게 고작이다. 당은 소외의식을 느낄 지 모르지만 대신 전문가 그룹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에 일 중심의 '실무내각'형태를 취하게 됐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자민련출신 인사들의 내각참여 여부였다. 자민련과의 협의에서는 공업진흥청장 출신인 신국환 자민련지구당위원장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산자부장관에, 한갑수 한국가스공사사장이 농림부장관에 각각 발탁됐다. 이는 양당공조가 복원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조가 파기된 것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를 보였다.
이번 개각에서 대구·경북지역은 신국환 산자부장관, 김호진 노동부장관, 장영철 노사정위원장 등 3명이 발탁돼 일단 평년작은 유지하게 됐다.
또 다른 특징은 외교·안보팀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재신임이다.
이는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을 일찌감치 유임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몇차례 '설화'(舌禍) 사건이 빚어지기는 했지만 현 외교·안보팀이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남북 장관급 회담, 이산가족 상봉, 경제·문화·체육 교류라는산적한 대북 사업을 눈앞에 놓고 남북관계의 지속성 등을 고려해 유임시키로 결정한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오는 27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우리측 대표단을 교체할 경우, 자칫 대북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이같은 재신임은 앞으로 외교·안보팀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4강외교의 강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채찍의 의미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개발팀과 사회복지 부처 장관의 면모도 이번 개각을 통해 새롭게 바뀌었다.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 기반은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인재의 육성이라는 '믿음'을 갖고있다는 것이 박준영 수석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교육부를 인적자원개발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또한 지식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는 빈부격차라는 것이 김 대통령의 현실인식이다.
물론 최근 의료계 폐업, 노동계 사태 등이 현안으로 부각돼 있지만, 이는 사회발전과 함께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으로 김 대통령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8·7내각'의 앞길에는 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개혁은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하지만 이제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는 정부가 연초에 예측한 것보다 더 나빠져 있다. 획기적인 남북화해가 시작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분열의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은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서 21세기 선진국을 진입하도록 하는데 이번 개각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집권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레임덕 현상이다. 새로운 면모를 갖춘 새 내각이 개혁을 힘있게 추진해야지만 과연 추진력이 이를 뒷받침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李憲泰기자 leeh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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