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난감이 밀려온다

입력 2000-08-07 14:03:00

미래의 놀이방을 상상해 보자. 한쪽 구석에선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깔깔대며 털북숭이 인형과 놀고 있다. 놀랍게도 인형은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컴퓨터 가상공간에 있는 숲으로 산책가자고 조르고 있다.

다른 방에선 10살 또래 아이들이 어린이용 컴퓨터를 통해 집게팔을 가진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 로봇은 명령에 따라 물건을 집어올리거나 블록을 조립한다. 다른 아이는 디지털 카메라로 이를 촬영한 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한다. 또 편집된 동영상을 전자우편을 통해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기도 한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첨단기술과 장난감이 결합한 완구산업, 이른바 '스마트 토이(smart toy)'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똑똑한 장난감'은 지난해 전체 완구업계 매출액의 2.5%를 차지했다. 올해엔 5%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수년 내에 30~40%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스마트 토이의 좋은 예로는 휴대용 정보검색기기인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어린이용으로 변형시킨 '시비코(Cybiko)'가 있다. 아이들은 시비코를 통해 친구들과 통신하고 주소록, 전화번호부, 스케줄을 관리하며 컴퓨터로부터 게임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장난감이라기 보단 막강한 어린이용 휴대 컴퓨터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컴퓨터 마우스 제조업체로 유명한 스위스의 로지테크사는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회사 레고와 함께 외부 변화에 반응하고 비디오 녹화도 할 수 있는 로봇 장난감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공을 잡거나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쫓아갈 수 있다. 또 내장된 캠코더를 통해 어린이는 비디오 전자우편이나 온라인 비디오 채팅을 할 수도 있다.

최근 장난감 업계에선 '똑똑한 알렉스(Smart Alex)'라는 인형이 화제다. 동물 모습을 한 알렉스는 인간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똑똑한 알렉스'는 어린이용 랩탑 컴퓨터를 만드는 팀컨셉트(Team Concepts)사가 만든 제품. 알렉스의 특징은 탁월한 음성인식능력. 게임을 하고 농담을 즐기며, 부모가 아이의 취향에 맞도록 다양한 대사를 입력할 수도 있다. 앞으로 알렉스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내장하게 된다.

또 다른 완구회사는 음성인식기술을 이용, '코비'라는 곰 인형과 '코만도봇'이라는 장난감 로봇을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이다. 코비는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덧셈, 뺄셈, 곱셈 등을 할 수 있다. 또 400개 단어와 125개 문장도 외운다고.

코만도봇은 장난감보다 로봇에 가깝다. 명령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고 연속되는 명령도 인식한다. 무선 통신용 안테나를 가진 코만도봇은 음성 명령을 통해 프로그램도 가능하며 15m 정도 날아가는 장난감 미사일도 갖추고 있다.

최근 도쿄 장난감 박람회에서 로봇 물고기와 로봇 해파리가 선보였다. 일본 완구업계 3위업체인 타카라는 사이버 애완동물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봇 물고기를 개발했으며, 올 가을쯤이면 일본 전역의 장난감 가게에서 로봇 물고기가 헤엄치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엔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 외에 게, 해파리도 포함된다. 지느러미나 해파리의 촉수, 게의 집게발 등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움직인다. 또 컴퓨터 두뇌가 내장돼 있어 다른 생물이나 수족관 벽에 충돌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사이버 애완동물의 붐을 일으킨 효시는 소니사가 선보인 아이보(AIBO)라 불리는 강아지였다. 지난해 5월에 출시된 아이보는 가격이 2천500달러(280만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불구, 단 며칠만에 전세계에서 5천여개가 판매됐다. 학습능력을 가진 아이보는 인간과 생활하며 진짜 귀여운 강아지처럼 점차 성장하게 된다.

장난감들이 인터넷에 접속을 해 서로 통신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최고 수준의 반도체 칩은 개인용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 안에 들어있게 된다. 또 미래 아이들은 어학학습용 비디오나 CD롬 대신 플라스틱 인형으로부터 외국어를 배우게 된다. 외국어 교육프로그램은 인형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게 된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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