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끝난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6개항의 남북현안과제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복원시켜 96년부터 중단됐던 남북간 상시 접촉창구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남북 장관들은 6·15공동선언의 첫 상징적 남북협력사업으로 그동안 논의됐던 경의선 철도의 연결사업도 추진키로 했으며, 오는 29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제2차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장관급 회담을 정례화시켰다. 그외에도 이번 8·15를 즈음해서 공동선언의 지지와 실천을 위한 행사를 남북이 동시에 열기로 하였으며 조총련계 동포들의 고향방문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중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는 남북연락사무소 기능의 정상화와 장관급 회담의 정례화라고 할 수 있다. 남북 당국은 96년 11월 이후 기능이 정지돼온 남북 연락사무소를 정상화함으로써 공식 연락채널을 상설화 할 수 있게 됐고,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정례화함으로써 향후 남북 공동선언문 이행을 위한 포괄적 협의 및 그 추진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남북이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추진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남북은 공동선언을 실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경제교류위원회, 사회문화교류위원회, 화해협력위원회 등 각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경협을 통해 남북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의선 철도 연계사업에 대한 합의는 공동선언에서 언급된 남북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철도를 통한 남북경제의 연계는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결합시켜 남북한 모두에 경제적 이익을 주게될 것이다. 특히 경공업 등 남한의 중소기업형 사양산업이 북한으로 이전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하고 수출산업화되어 궁극적으로 남한의 산업구조 조정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해 북한의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임금이 저렴한 북한지역에서 가공무역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북한의 육상 수송망이 남한과 연결된다면 남북한 생산의 분업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경의선 철도의 연계는 남북한 경제가 동북아경제와도 연계할 수 있게 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민족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남북한 철도의 연계를 통해 물류비용이 감소될 수 있어 남북경협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8·15 즈음해서 남과 북, 해외에서 동시에 열리게 될 공동선언 지지 실천행사는 공동 선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공동선언 이후 우리 국민들의 가치관 혼란과 이로인한 국론분열이 공동선언 실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8·15에 이루어지는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남북공동선언 지지 실천행사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화해분위기를 조성, 대북정책에 대한 국론 통일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총련 동포들의 고향방문 허용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남북 국민 뿐만 아니라 해외동포까지 포함한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의미있으며, 해외동포들간의 화해협력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과정을 통해서 6·15선언 이후 북한의 대남 접근자세가 변화됐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된 것도 성과라 볼 수 있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기존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공동선언 후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실용주의적 자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대남정책의 기조로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선언 후 북한은 현대와의 금강산 개발 협의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이어진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이 실용주의적 자세로 문제해결에 성의를 보여준 점은 북한의 실천의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며,후속회담에 대한 전망도 밝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전제가 되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 당국간 핫라인 개설문제와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문화체육분야의 협력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 공동참가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역시 앞으로 논의돼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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