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기 안방극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

입력 2000-08-03 15:14:00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2일 '장관직을 걸고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추방하겠다'는 발언이후 그동안 잠재됐던 방송의 선정성 논란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장관은 이날 "지난 3월 새 방송법 시행이후 방송사간 과열경쟁으로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사회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으며 드라마 오락은 물론 뉴스 부문까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상파 방송들의 공영성 추구 움직임이 최근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데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박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한국방송협회 회장단은 2일 '공익성 강화 및 선정적, 폭력적 프로그램을 지양키로 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이날 성명문에서 △보도, 교양,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 폭력적인 소재 선정과 상황설정, 묘사를 지양한다 △주시청시간대의 지나친 오락 프로그램 편성을 줄이도록 노력한다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 했다.

사실 최근들어 방송의 선정.폭력성은 위험수준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선정적.폭력적 프로그램은 최근들어서는 공중파 방송에까지 확산되면서 공영성을 강조해야할 공중파 방송들이 오히려 선정적 프로그램 제작에 앞장서고 잇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올들어 방송위원회의 선정 및 폭력성 관련 경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SBS '뉴스 추적'은 지난 7월11일 인터넷 성인채널 현황과 문제점을 보도하면서 상반신 누드와 다리를 벌린 모습을 방영했다 경고를 받았다. 또 SBS는 지난 5월6일 드라마 '불꽃' 예고편을 방송하면서 남녀 주인공이 호텔방에서 키스하며 서로 옷벗기는 장면을 어린이 시청시간대에 방영, 경고를 받기도 했다. MBC도 지난 3월1일 '아주 특별한 아침'에서 다양해지는 속옷 경향을 소개하면서 속옷 패션쇼 장면과 여성 모델의 특정 부위를 가까이 찍은 장면을 방영해 경고를, 2월21일 방송된 MBC스페셜에서는 영화 '거짓말'에 대한 논란을 다루면서 여배우 상반신 누드 정사장면, 서로 막대기로 때리는 장면등을 방영, 경고를 받았다.

이같은 사례는 공영방송 KBS도 마찬가지. 지난 7월25일 드라마 'RNA'를 방송하면서 극중 폭력배가 쇠파이프로 지훈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내려치는 장면과 지난 3월7일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폭력배가 나이트 클럽을 급습해 패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맥주병으로 머리를 치는 장면 등을 방영해 경고를 받는 등 올들어 방송 3사 프로그램 중 16개 프로그램이 선정성 문제로 제재 받았으며, 폭력성으로 주의 경고를 받은 프로그램도 12개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는 다이빙대에서 떨어진 여자 출연자의 가슴이 노출된 장면을 그대로 방송해 가족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같이 방송의 선정성, 폭력성이 판을 치는 것은 시청률 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최근 한국방송광고 공사가 각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광고료 책정에 부분적으로 연동시키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는 것.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쇼나 오락 프로그램에는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을 방불케하는 옷차림의 연예인들이 활보하고 최근에는 뉴스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까지 이같은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박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의 선정성 프로그램 제작이 일시 위축되겠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방송사의 수입원이 걸려 있는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방송의 속성상 공영성 강화가 얼마나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자연히 선정성과 폭력성이 심화되는 양상"이라 지적하고 "방송사들의 공영성 제고를 위해 강력한 제재를 통해서라도 선정.폭력성을 뿌리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鄭昌龍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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