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 지(知) 시리즈

입력 2000-08-01 14:27:00

고등학교까지는 주어진 공식을 외우는 공부라면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단계다. 하지만 대학의 문을 갓 들어선 학생들에게 학문은 아직까지 낯선 영역. 학문으로의 초대는 되었지만 학문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전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경우지만 학문의 길잡이가 되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일본 도쿄대에서 출판한 '지(知)' 시리즈(이근우 외 옮김·경당 펴냄). 모두 네 권으로 된 이 책은 일본 도쿄대학 교양학부의 문과계 1학년 1학기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필수과목 기초연습 부교재.

지난 94년 도쿄대학 고바야시 야스오, 후나비키 다케오 교수가 '학문연구의 다양한 테크닉과 문제제기 방법, 인식 방법, 표현기술 등을 신입생들에게 일깨워주자'는 취지로 출판계획을 세웠다. 동료교수들이 합세, '지의 기법'이라는 책을 엮어 냈다. 문과계통 학생들이 어떤 전문영역을 연구할 경우에도 반드시 익혀야할 아주 기본적인 학문연구의 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외로 이 책이 대학밖의 일반인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받게 되자 후속편으로 '지의 논리' '지의 윤리' '지의 현장' 등 4부작으로 확대, 완결되면서 총발매부수 100만부라는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

각각의 책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면서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사상, 지를 통해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 틀을 깨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식의 실체를 밝혀내며, 나아갈 방향과 실천윤리를 제시하는 새로운 인식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이다.

인문사회과학에서 자연과학, 문화예술에 이르는 분야를 4권에 걸쳐 다루는 이 책은 각 전공교수가 강의노트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먼저 '지의 기법'에서는 독선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지식에 상호 연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인식과 표현의 기본적 기술을 다루고,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지적 독단을 배제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둘째 권 '지의 논리'는 인식론 현상학 구조주의 카오스이론 등 논리적 그릇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어떠한 '논리'가 어떠한 '현장'에서 생겨났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셋째 권 '지의 윤리'에서는 학문과 세계, 실천사이의 관계에 대해 짚어보고 있다.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한 지(知)의 활동영역에 있어서 윤리의 문제는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지의 책임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마지막 권인 '지의 현장'은 사회의 커다란 변화속에서 대학의 지(知)가 어떠한 방향으로 스스로의 인식과 행위를 문제삼아 갈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일본, 언어, 신체라는 세 축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사회와 학문에서 펼쳐지는 지의 일선을 조감하고 있다. '일본,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포르노그래피의 정치학', '아무로 나미에', '수학이란 어떤 언어인가', '컴퓨터의 언어' 등에서 배움과 지(知)의 표현, 창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야 하는지 토론한다.

이 시리즈는 문과계통 학문을 위한 기술적인 안내서이므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도록 편집돼 있다. 또한 독자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무방하도록 서술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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