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정충영(경북대 교수·경영학)

입력 2000-07-29 14:02:00

머리 둘 달린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태인들의 탈무드에서는 뜨거운 물을 한 쪽 머리에 끼얹어 다른 머리마저 놀라 외치면 그는 한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반세기 넘게 우리는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그것도 싸우며 살아왔다. 우리의 신경이 마비되어 한 몸인줄 잊고 있었다. 아니 서로 원수인줄,네가 죽어야 내가 살고, 네가 굶어야 내 배가 부른 줄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백의민족 한 동포인 것이다.

북에는 남겨두고 온 형제자매와 눈물로 서러워하며 잊지 못하는 부모가 있다. 오늘까지 버틴 그 한이 8·15의 이산가족 상봉으로 새로운 소망을 갖게 하며 살아있음에 보람을 느끼게 한다. 8만의 신청자 중 100명만 선정되는 안타까운 한을 그대로 남기게 한다.

어린 학생들은 남북통일되면 머리에 물들일 수 없을까봐 통일을 싫어하고,천문학적인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꺼리는 식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원수인양 총뿌리 겨누었고 수백만이 죽고 상해 그 응어리가 풀려지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래도 그들은 우리와 한 형제임을 어찌하랴.

그러나 여러 해를 흉년으로 굶주리다 죽은 북의 동포들이 3백만을 넘었다지만 세계 곡물시장에는 북한이 곡물을 구입해간 흔적마저 없다니 우리는 그들 지도자들이 하는 말과는 달리 인민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만 불린 것이 아닌가 분노하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는 가을학기부터 김정일이 김대통령과 같이 손을 마주잡고 위대한 지도자인양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나타난다. 잠깐사이에, 백년대계라는 우리의 교육도 이렇게 변하는구나 새삼 느끼게 만든다. 김정일의 마음도 그렇게 쉽게 사랑으로 인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진정 바뀌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우리의 가치관이 이리 혼란스러워져도 오히려 기뻐하리라. 이산가족들이 아무런 막힘없이 함께 사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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