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가 살아 계시다니…"고희를 넘긴 아들은 말문을 열지 못하고 눈물만 쏟았다.
장이윤(72·부산시 동구 수정4동)씨는 27일 북한측이 통보해온 이산가족 명단에 어머니 구인현(109)씨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에 겨워 어쩔줄 몰라했다.
구씨는 남쪽 가족들이 찾는 북한의 이산가족 가운데 생존한 사람으로는 최고령이다.
장씨는 어머니의 생존사실을 적십자사로부터 통보받고는 『연세가 많아 당연히돌아가신 줄 알고 명절때마다 제사를 지냈는데 생존해 계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7남3녀의 막내인 장씨는 지난 46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나이가 많아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큰 형 장명택(84·사망)씨와 조카 3명 등 4명의 상봉을 신청했으나 기대하지도 않았던 어머니의 생존사실과 함께 조카 2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10남매중 장씨만 빼고 북에 있는 다른 형제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통보받았다.
장씨는 평양의 서평양제일고에 재학중이던 지난 50년 12월 중공군 개입과 함께괴뢰군이 군입대 기피자는 사살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어머니 구씨가 삼촌과 함께피난가라는 권유에 따라 가족들과 헤어져 대동강을 건너 서울까지 내려왔다.
30살에 지금의 아내 박순희(62)씨와 결혼해 2남1녀를 둔 장씨는 단신 월남후 지난 60년 남한으로 피난온 둘째 형을 부산 영주동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감격을 누렸으나 70년대에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한 땅에서 홀로 외로운 생활을 해왔다.
피난전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삼계탕과 닭볶음이 기억난다는 장씨는 『어머니가 유달리 사랑을 많이 주었던 막내인 나를 보고 가실려고 지금껏 살아 계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큰 절을 올리고 꼭 안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이번에 어머니를 만나면 손가락에 백금반지를 끼워 드려 어머니가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시어머니의 생존사실을 접한 장씨의 아내 박순희(62)씨는 『명절때 마다 시어머니 제사를 모셨다』며 『그 때마다 가족들 몰래 부산역 광장에 나가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보며 한번도 뵌적이 없는 시어머니 생각을 하며 남몰래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고령의 어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하는 장씨는 『사계절 봄은 다시 돌아오지만 인간의 봄은 한번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말로 지난 50년 세월의 무상함을 탓했다.
李相沅기자 seagul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